[이건 이렇지요] '먹는 화장품' 과연 피부美人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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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화장품, 들어 보셨지요? 먹기만 하면 '기미.주근깨를 없애준다', '피부 노화를 막아준다'는 광고 문구가 소비자의 귀를 솔깃하게 합니다. 게다가 국내외의 유명 화장품.식품.제약회사들이 앞다퉈 이 분야에 뛰어들어 '화장품=피부에 바르는 것'이란 일반의 인식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이처럼 먹는 화장품이 현재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노화방지와 피부 미백이지요. 비타민.미네랄 등은 피부를 통한 흡수가 어렵지만 알약으로 복용하면 혈관을 타고 피부세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입니다. 무엇을 먹느냐가 피부의 상태를 좌우한다는 것은 학계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습니다.

453명을 대상으로 한 호주 학자의 조사에선 평소 올리브유 등 불포화 지방.생선.계란.너트.콩.현미.과일.차.물을 즐긴 사람은 피부 주름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지요. 반면 포화지방.육류.지방이 많은 유제품.청량음료.케이크.버터.마가린을 많이 먹은 사람은 '세월의 훈장'이 많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피부과 의사들은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막아주는 베타 카로틴(당근.고구마.복숭아.브로콜리.시금치 등), 콜라겐 형성을 돕고 상처를 치유하는 비타민 C(과일.채소), 피부에 쌓인 유해산소를 없애주는 비타민 E(식물성 유지.견과)가 많이 든 식품을 권하지요. 또 하루 8~12잔의 물을 마셔 피부를 촉촉하게 하라고 추천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이네오브 페르메트'의 경우 2002년 유럽피부과학회에서 효과.안전성을 인정받기 위한 시험관실험(in vitro).생체 실험(in vivo) 결과가 제시됐지만 논란을 잠재우진 못했지요.많은 피부과 의사들은 화장품이 위.장에서 흡수된 뒤 피부에 도달해야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데, 피부까지 충분한 양이 전해질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합니다(중앙대 필동병원 피부과 김명남 교수). 안전성과 관련한 적절한 규제가 없다는 것도 약점이지요. 따라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먹는 화장품을 화장품.식품보다는 약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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