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라운지] 하늘길에도 등대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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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에는 ‘등대’라는 든든한 길 안내자가 있다. 섬이나 곶처럼 외딴 곳에 설치되니 등대는 야간에 강한 불빛을 사방으로 쏘아 준다. 선박은 이를 보고 육지가 어디쯤인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한다.

하늘길에도 뱃길을 안내하는 것과 같은 등대가 있다. 넓은 하늘이지만 비행기가 다니는 길은 몇 갈래로 정해져 있다. 뱃길과 마찬가지로 하늘길도 항로라 부른다.

비행기들은 지상에서 쏘아 주는 방향 정보도 받고,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위성항법장치(GPS)도 사용한다. 이 가운데 지상에서 쏘아 주는 방향 정보는 하늘길의 등대 같은 역할을 한다. 방향 정보는 지상의 항공무선표지소에서 24시간, 360도로 쏘아 준다.

내륙 지역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지상에서 제공하는 방향 정보가 꼭 필요하다. 조그만 오차 때문에 비행금지 구역 등으로 들어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표지소는 안양과 양주·오산·제주·강원 등 9곳에 있다. 전파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주로 산꼭대기와 같은 높은 곳에 위치한다.

표지소는 첨단 전자장비로 가득 차 있지만 생활은 외딴 섬의 등대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강원도 지역에 있는 표지소 근무자들은 눈이 오면 길이 끊겨 며칠씩 갇혀 있기도 한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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