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우리들의 동물친구' 교원대 박시룡교수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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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봄이 되면 시골집 처마 밑으로 어김없이 제비들이 찾아든다.얼마후 어미제비가 부리를 벌리고 재재거리는 새끼제비들한테 먹이를 먹이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면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다.대여섯마리나 되는데도 분명히 순서가 있다는 점이다.

어미제비가 어떻게 그 순번을 정확히 알아낼까.입을 벌리는 크기가 기준이다.방금 먹이를 받은 새끼는 먹이를 소화시키느라 입을 벌리는 크기가 아무래도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것도 어미제비가 먹이를 재빨리 구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요즘에는 환경오염 때문에 먹이를 구하는 시간이 길어져 금방 먹이를 받아먹은 새끼나 그렇지 않은 새끼나 입 크기가 고만고만해져 어미제비가 혼란에 빠지는 바람에 굶어죽는 새끼가 많다.

박시룡 교원대교수의'와우!우리들의 동물친구'(그린비刊)에는 이런 동물이야기가 가득하다.쉽게 말해 어린이용 동물행동학 책이다.동물들의 짝짓기,새끼보호,동물간 의사교환.영역확대의 행태를 예로 들면서 그런 행태가 자리잡게 된 배경등을

만화를 곁들여 쉽게 설명한다.초등학생을 위한 기획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동물 세계가 신비스럽다.

제비가 새끼를 기르면서 겪는 어려움에서 보듯 환경오염 실태도 실감나게 그려진다.최근 나온 상권은 포유류.조류를,1개월 후에 출간될 하권은 어류.양서류.파충류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저자 자신이 직접 자연 속에서 동물의 행태를 관찰한 내용을 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풀어썼기 때문에 자녀들과 현장학습을 계획하는 학부모들에게도 훌륭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시골에서 흔하게 접하는 닭의 세계도 그저 보아 넘길 것이

아니다.병아리를 부화하는 현장을 귀기울여보면 달걀에서 야릇한 소리가

들린다.어미닭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병아리가 응답하는

소리다.사람의'태교'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이처럼

조류중에도 알속에서 이미 어미 목소리를 익히는 새가 많다.

곡식을 축내는 대표적인 새로 알려진 참새도 새끼한테만은 곤충의

애벌레를 먹인다.참새의 수가 격감한 이후로 해충이 극성을 부리는데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옛날에 참새가 맡았던'해충소탕작전'을 요즘에는

농약이 대신하고 있다.환경문제

와 직결된다.

연미복(燕尾服)이라는 단어에 차용된 제비의 꼬리.수컷제비의 세계에서는

꼬리가 아주 중요하다.꼬리가 긴 놈이 가장 먼저 짝을 짓는다.그 이유는

꼬리가 긴 수컷이 깃털속의 기생충이 적기 때문이다.암컷들이 새끼를 위해

건강한'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다.인간의 세계와 다를게 없다.

다람쥐와 생김새가 아주 비슷한 청설모의 이야기에는

자연계내의'공생(共生)'의 중요성이 강조된다.청설모의 활동무대는 주로

나무 위지만'먹이창고'만은 땅속에 차린다.훗날 찾기 쉽도록 나무

한그루를 중심으로 도토리.솔방울.밤등의 열매를

여기저기 묻어두지만 청설모가 다 찾아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땅에 묻혔다가 청설모의 먹이가 되지 못한 열매는 싹을

틔우는 행운을 안게 된다.

이 책은 이외에도 새들이 노래하는 이유,다른 새의 둥지를 빌려 부화하는

뻐꾸기의 세계등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자연친화적인

정서를 심어준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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