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끄는책>리빙센스 김용태기자 '옛살림 옛문화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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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요즘은 자취를 잃어가고 있지만 십수년전만 해도 우리네 여인들은 누구나 보자기를 들고 다녔다.옆집에 떡을 돌릴 때나 선물을 보낼 때,혼인 사주단자를 보낼 때등 보자기는 약방의 감초처럼 여인네와 함께 했다.

또한 빨강.파랑.노랑.하양등이 배합된 조각보는 뛰어난 조형성으로 한폭의 추상화를 연상케 한다.

올해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여성 월간지'리빙센스'기자로 있는 김용태씨가 펴낸'옛살림 옛문화 이야기'(대경출판刊)에는 골동품이 아닌 살아 숨쉬는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그려져 있다.

한복.반닫이.삼베.대소쿠리.옹기등의 세간살이에서 간장.술.떡.나물등의 먹을거리,보자기.색채함.부채등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문화산품에 얽힌 이야기와 이를 지켜나가는 장인들의 예술혼을 재미있게 담고 있다.

인절미 만드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한쪽이라도 집으려는 아이들,간장을 만들기 위해 콩을 삶는 부인네들,술을 빚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등 책갈피마다 선조들의 정다운 모듬살이가 눈앞 이익에만 급급한 현대인의 초라한 일상을 꾸짖는다.

결국 문화라는 것은 단지 외형적 조형물이 아닌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때에야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단순소박한 진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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