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 脫北>황장엽비서 망명 중국 현지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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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베이징=특별취재반]한국에서 김정일(金正日)의 전동거녀 성혜림(成惠琳)의 조카 이한영(李韓永)씨가 피격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16일부터 중국측은 황장엽(黃長燁)비서가 머무르고 있는 베이징(北京)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 주변과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측 테러에 대해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또 한국인들은 李씨 피습사건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음식점등 한국 유흥업소 출입을 자제하는 한편 한국인들끼리의 모임과 외부출입을 삼가고 있다.

…黃비서가 닷새째 머무르고 있는 영사부 주변은 중국측이 외곽 경비를 추가하고 테러전문 담당인 무장경찰을 투입하는등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져 눈길. 중국공안당국은 영사부 정문앞에 방탄차 배치를 늘리는 한편 테러 대비용으로 보이는 중무장 차량도 배치했다.

한편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중국측은 이번 사건의 민감성을 감안해 주요 신문.방송은 물론 공산당 간부들에게 배포되는 해외 정보매체'참고소식'에까지도 黃비서의 망명사건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한인 사회에는 지난 14일부터“북한이 1차로 1백명,2차로 3백명등 모두 4백명의 특공대를 중국에 보냈다”는 소문이 퍼져 불안감이 가중. 이에 따라 취재진이 16일 새벽 베이징역에 나가 확인했으나 이들이 도착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그러나 북한측은 黃비서의 망명 소식이 국내에 전파되는 것을 우려한 탓인지 지난 13일부터 신의주~단둥(丹東)간 운행되던 국경지역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국경 감시도 크게 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일의 55회 생일인 16일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선 오전8시30분부터 축하행사가 시작됐으며 오후5시30분부터는 본격적인 파티가 개최됐다.저녁 파티가 시작되자 대사관측은 정문을 반쯤 열어 놓고 사람들을 들여 보냈으며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대사관안으로 들어갔다.북한 공관원 부인이라고 밝힌 50대의 한 여인은 黃비서 사건과 관련해“망명은 말도 안되고 납치”라고 주장했으나 그의 망명요청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16일 한국대사관에 정식으로 한국 기자들의 북한대사관 주변 취재 자제를 요청해와 주목.이는 최근 한국 기자들이 북한대사관 관계자 취재과정에서 자주 마찰이 발생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진 북한대사관 직원들은 지난 15일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 고려민항 도착을 취재하던 한국일보 사진기자의 필름을 뺏은데 이어 16일에도 한국 총영사관 주위 취재에 나섰던 세계일보 사진기자의 필름을 빼앗았다.

중국공안당국은 이처럼 한국 기자들과 북한대사관 직원들간 충돌가능성이 높아지자 16일 저녁으로 예정됐던 한국대사관측과 기자들간의 저녁모임도 취소해줄 것을 요청,모임이 무산됐다.

…베이징 21세기호텔에서 정기적으로 예배를 봐왔던 한인교회엔 16일 휴일을 맞아 평소 5백명의 신도가 몰렸던 것과는 달리 절반인 2백50여명의 신도만이 예배에 참석,신변 안전을 걱정하는 한인사회의 우려를 반영. 또 17일부터 개학할 예정이던 한국 유아원도 3월3일로 개학일정을 늦췄다.

<사진설명>

兵力증강… 철못 바리케이드도 설치 중국 공안당국은 16일 망명한

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한국대사관 영사부 주변

도로에 테러저지용 특수차량과 병력을 증강배치했고,주변 인도에도

스파이크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경비를 한층 강화했다. [베이징=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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