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IPC채권단 최병국씨-용산전자상가 부도 위기 정부가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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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IPC를 비롯해 아프로만.세양정보통신등 대형 컴퓨터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로 인한 용산전자상가 전체의 위기상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또 이번 사태에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는 대기업은 영세업체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피해를 본 중소업체를 도와야 합니다.” 한국IPC 채권단의 일원인 용산전자상가 준컴퓨터월드의 최병국(崔炳國.42.사진)사장은“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그가 운영하는 준컴퓨터월드는 지난달말 부도 난 한국IPC의 제품을 판매하는 한편 프린터.모뎀.사운드카드등 주변기기를 한국IPC에 납품하며 연간 매출 1백억원 가량을 유지해 왔다.그러나 주거래처였던 한국IPC가 무너지면서 이 회사도 졸지에 40억원 가량의 납품대금을 떼이게 되고 말았다.

그는“40억원 가운데 30억원은 IPC와 제휴관계에 있는 멀티그램(1월30일 부도)이 어음배서를 했고,멀티그램은 사실상 두원그룹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두원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崔사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두원그룹측은“멀티그램은 일부 자본출자 관계에 있는 회사일 뿐 계열사가 아니고 지급보증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제책임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崔사장은“멀티그램이 발행하거나 배서한 어음 때문에 피해를 본 업체의 피해액이 6백여억원에 달한다”며“두원그룹은 멀티그램과 관계가 없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보호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차원에서도 마땅히 협상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10년간 피땀 흘려 키워 온 회사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는 없다”며 1백여 피해업체와 채권단을 구성해 정부에 탄원을 내고 항의농성도 벌이고 있다.

그는 최근 친지로부터 3억여원을 빌려 만기도래한 어음을 겨우 막았는데 이달 안에 7억원 상당의 어음을 더 막아야 할 처지라고 밝혔다.

崔사장은 피해업체들은 지금 손님마저 끊길 것을 우려해 극단적 표현을 하지 못한 채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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