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수원도 … 수비수가 상대 골문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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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1분 서울 기성용의 코너킥을 받아 아디가 헤딩 선제골을 터뜨리고 환호하고있다. 오른쪽은 후반 34분 수원 곽희주가 동점골을 터뜨리고 기뻐하는 모습. 곽희주는 서울 골키퍼가 쳐낸 볼을 가볍게 골로 연결했다. [뉴시스]


#아디 뜻밖의 골

차범근 수원 감독은 경기 전날 서울의 경계 대상을 묻는 질문에 “정조국·데얀·기성용·이청용…”을 언급하면서 좋은 공격수가 너무 많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폭탄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서울의 왼쪽 풀백 아디는 전반 21분 기성용이 올린 코너킥을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헤딩슛, 골문 오른쪽 구석을 꿰뚫었다. 정조국·데얀 등에게 집중된 수원 수비수들은 아디를 미처 막지 못했다. 수비수라서 빛나지는 않지만 서울 관계자들은 아디를 두고 “돈과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여느 용병과는 달리 정말 프로 정신이 살아있는 선수다. 동료들과 융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선수들을 이끈다”고 칭찬한다. 그의 성실함이 챔피언전에서 빛을 발했다.

#데얀의 세 번 실수

이번 시즌 15골을 작렬한 데얀은 서울의 가장 믿을 만한 공격수다. 그러나 전반에만 세 차례 실수를 저질렀다. 17분과 23분 각각 이청용과 기성용의 킬패스를 받았지만 퍼스트 터치가 길어 찬스를 놓쳤다. 전반 38분에는 수원 골키퍼 이운재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잔디에 미끄러져 넘어지며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데얀은 후반 18분 이을용과 교체됐다. 귀네슈 감독은 이을용에게 중원을 맡기고 기성용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전진 배치했다.

#후반 34분, 승부 원점으로

서울은 울산과 플레이오프에서도 1-0으로 리드하던 후반 34분 염기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수원전에서도 똑같았다. 귀네슈 감독은 후반 32분 부상당한 아디를 빼고 박용호를 기용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교체한 지 2분 만에 아디가 맡았던 자리에서 수원 이관우가 크로스를 올렸다. 마토의 헤딩슛을 골키퍼 김호준이 힘겹게 쳐내자 곽희주가 오른발로 차넣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기성용은 후반 44분 미드필드에서 회심의 중거리슛을 쏘았지만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차 감독 챔피언전 3무2패

차범근 감독은 수원에 부임한 뒤 이날까지 다섯 차례 챔프전을 치렀다. 그러나 단 1승도 없다. 2004년 포항과 챔프전에서는 두 번 모두 비긴 뒤 승부차기로 우승했다. 2006년 성남과의 챔프전에선 2패를 당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가까스로 패배를 면했다. 차 감독은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을 실감했다. 무승부가 아쉽지만 아직 2차전이 남아 있다”고 우승을 다짐했다. 귀네슈 감독은 “올해 수원에서는 우리가 두 번 모두 이겼다. 초심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2차전에서는 90분 동안 비길 경우 연장전과 승부차기로 끝장 승부를 펼친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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