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黨비서 유럽.홍콩등 제3국 경유 한국 망명 방안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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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의 제3국 경유 한국망명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黃비서의 한국 직행에 따른 중국의 외교적 부담과 한반도 안정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3국행'방안 모색은 곳곳에서 탐지된다.첸치천(錢其琛)중국외교부장은 14일 싱가포르서 가진 유럽연합(EU)대표단과의 회담에서 黃비서의 망명문제를 논의했다.

미중앙정보국(CIA)도 베이징(北京)에서 한국측등과 협의를 갖고 3국행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진다.미 국무부도 13일 3국을 통한 우회망명을 시사하고 나섰다.

정부도 제3국행이 현실적 타협안이라는 입장이다.정부 관계자는 “黃비서가 자술서에서 명백히 한국망명을 희망한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린다 해도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黃비서가 제3국을 거치게 될 경우 검토해볼 수 있는 지역은 미국.유럽.홍콩등이다.미국행은 미측에 부담이 될뿐 아니라 중국이 부정적이라는 시각이 많다.북한이 黃비서의 망명을 납치라고 주장한 만큼 본궤도를 타기 시작한 북.미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미.중관계도 장애라는 것이다.

미국은 黃비서가 풀어놓을 엄청난 북한정보 보따리에는 예민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관측된다.이미 CIA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미국이 정치적 망명자인 黃비서의 신변 보호가 이뤄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3국이라는 점에서 선호하는 경향이나 이럴 경우 장기간의 외교 교섭이 소요된다는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행은 남북과 중국 모두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지 않은게 장점이다.黃비서를 받아들여도 외교적 파장이 상대적으로 작다.중국의 반체제 물리학자 팡리즈(方勵之)가 89년 베이징 미국 대사관에 피난한뒤 영국을 거쳐 미국에 망명한 사례도 있다.유럽행은 그러나 그의 신변보호 문제가 뒤따른다.

한 관계자는“유럽에는 黃비서의 신변보호를 보증해줄'확실한'나라가 없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유럽행은 장기 체류라기보다 단기나 비행기내 체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장기체류가 될 경우에는 미군부대가 있는 나라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행은 홍콩이 중국반환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별 문제없다는 지적도 있다.그러나 중국이 홍콩을'안마당'이라고 생각하는데다'망명의 메카'로 자리잡는 것을 막기 위해 반대할 공산이 크다.신변보호도 쉽지 않다.홍콩행은 그러나 黃비서가 한국으로 오는 가장 빠른 외교경로임에 틀림없다.

가장 빠르면서도 중국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3국행으로는 북한과 수교관계를 맺지않고 있는 동남아국가도 검토해볼 수 있다. 〈오영환 기자〉

<사진설명>영사부앞 철통 경비

중국경찰들이 15일 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가 머무르고 있는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을 삼엄하게 경비하고 있다. [베이징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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