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베트남版 '한보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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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베트남판 한보사건이 터졌는데 여기에도 제일은행이 물렸다.총 3천만달러(약2백61억원)가 불법대출된 베트남 건국이래 최대의 금융 스캔들이다.대출받기 위해 막대한 뇌물을 뿌려댄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은행은 거액을 터무니없을 정도 로 허술하게 빌려준후 기업가에게 질질 끌려가는등 한보사태와 닮은 구석이한두가지가 아니다.
고위공무원.기업가.은행가등 20여명의 베트남인이 이 사건에 연루돼 현재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지난달 31일 끝난 1심공판에서 핵심인물 4명이 사형선고를 받았고 나머지 관련자들도 무기징역에서 3년형까지를 언도받았다.여기서도 예외없이 부실채권으로후유증을 앓고있는 은행이 나온다.베트콩은행등 호치민시 소재 2개 은행이 3천만달러의 돈을 떼이게될 판이다.그중 1천2백만달러의 부실채권을 짊어지게 된 것으로 알려진 또다른 은행은 공교롭게도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제일 은행이 40% 지분을 갖고있는 퍼스트 비나다.
AP등 외신에 따르면 이 초대형 스캔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95년10월.베트남 호치민 경찰당국은 뇌물을 받고 실제 땅값보다 높게 공증을 해준 국가 공증국 소속 직원과 이를청탁한 기업체(돌핀사)대표를 체포했다.
호치민 경찰은 이어 사건 배후에 베트남 국영 수출입회사 타멕스코의 사장 팜 후이 옥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당시 공산당 간부였던 그의 사무실.집을 수색한 결과 어마어마한 거액이 수년간에 걸쳐 착복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의 발단은 타멕스코사가 90년대 이후 손을 대는 사업마다실패하면서부터.자금난에 시달리던 타멕스코의 팜 후이 옥은 궁여지책으로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빚을 일거에 갚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이를 위해 그는 상당한 규모 의 땅을 가지고 있던 돌핀사 대표 르 빈 하이와 짜고 타멕스코의 토지인 것으로 꾸몄다.다음 순서로 국가 공증국 관리에게 실제 땅값보다 수백배 이상 가치로 공증을 해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겠다고 제의했다.
〈박장희 기자〉*** 26면 .커버스토리'로 계속 이를 주담보로 타멕스코사는 베트콩은행과 제일은행의 합작은행인 퍼스트 비나로부터 3년여에 거쳐 수천만달러를 대출받았다.당시 베트콩은행의 심사부는 타멕스코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있다면서 추가 여신을중지해야 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 만 이 의견은 철저히 묵살됐다.적지않은 뇌물이 은행 고위관계자들에게 흘러간 덕을 톡톡히 봤음은 물론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부이 황 단 판사는 판결문에서“피고들은 베트남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가장 해로운 죄를 범했다.법이 허용하는 최대 중형인 사형이 언도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전 베트콩은행장 3명을 포함,퍼스트 비나의 베트남 부지점 장도 역시 중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이와 관련,퍼스트 비나 김의도(金義道) 지점장은 14일기자와의 통화에서“그 사건과 관련, 전화로 아무런 이야기도 할수 없다”고 말했다.제일은행 관계자는“연체대출된 채권이 있으나현재 베트남정부 차원에서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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