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퇴폐유흥업소 밀집지역 된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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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부산 퇴폐유흥업소 밀집지역인 90여년 역사의 속칭.포푸라마치'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12일 0시10분쯤 부산시북구감전동107 일대는 마치 계엄령이 내려진 80년 어느 골목길을 연상케한다.
평소같으면.손님'과.삐끼'들로 떠들썩할 너비 8,길이 2백여의 도로 네온사인 불빛아래에는 10여 간격으로 부산북부경찰서에서 출동한 시퍼런 제복의 의경 30여명이 3렬 종대로 도열해 있다. 간혹 이 거리에서 가지처럼 뻗친 골목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야간근무조로 투입된 부산지방경찰청 형사들.
경찰이 이곳을 지난해 11월이후 A급 특별정화구역으로 지정,집중단속에 나서면서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던 1백30여개의 무허가 퇴폐업소들중 50여곳은 이미 문을 닫거나 집을 내놨다.
이날 투입된 병력만도 북부서 의경 4개 중대 5백여명에 부산경찰청 인력 40여명.이곳 입구에서 50여 들어간 곳의 A여관. 지난해 4월 이 여관을 인수한 趙모(65.여)씨는“예전엔 오후 10시만 되면 방 20개중 15개이상은 채워졌는데 경찰이여관앞에 서 있으니 평범한 손님도 그냥 가버려 지금은 개점휴업상태”라고 말한다.
이 업주는“권리금 1천만원과 소개비 1백만원,월세 1백40만원도 건질 수 없어 결국 자리를 떠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업여성들을 고객으로 하던 옷가게.화장품상.미장원들도 매출이단속이전의 반으로 떨어졌다.
“하루 매출이 1백만원에서 30여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이전에는 오전2시까지 문을 열었는데 요즘은 자정이면 들어갑니다.” 셔터를 내리던 G슈퍼 주인 李모(34.부산시북구)씨의 퉁명스런대꾸.맞은편의 돼지국밥집과 비디오가게도 간판의 불이 꺼진채 문을 닫았다.
李씨는“저 가게들은 설 연휴이후 아예 문을 열지 않는다”고 말한다. “1904년부터 포플러나무 가로수의 길양쪽으로 선원들을 상대로 한 술집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다 70년대초 사상공업지구가 들어서면서 더욱 번창했지요.”역사를 잘 아는 사상구 어느 직원의 명쾌한 설명.서슬 시퍼런 단속이 4개월째 계속되자 처음에는.일시적인 단속'일 것으로 여겼던 주민들 사이에서도 자체적인 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감전2동 청소년선도위원회.새마을부녀자회 회원 60여명은“어른들이 나서서 자녀들에게 깨끗한 교육환경을 제공해주자”는.건전한 거리만들기'캠페인을 벌였다.
하진찬(河鎭贊.41) 청소년선도위원장은“자녀를 둔 부모로서.
건전한 교육환경을 통해 자녀들을 올바르게 키우자'는 주민들의 바람을 모아 거리선도와 환경개선캠페인을 꾸준히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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