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黨비서 망명처리 제3국 거쳐 서울行 가장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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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황장엽(黃長燁)북한노동당 비서 일행의 망명처리 문제와 관련,정부는 중국정부와 조속히 교섭을 마무리짓고 본인들의 희망대로 최대한 빨리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교섭이 쉽지는 않으리란 전망이다.
예상되는 송환교섭의 진행과정은 대략 네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한국직행=중국과의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돼 베이징(北京)에서 서울로 바로 오는 경우다.우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이 시나리오가 성립하려면 중국정부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개입을 인정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동안 중국은 UNHCR의 활동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경우 워낙 사안이 중대한만큼 중국정부도 결국 UNHCR를 끌어들여.중립성'과.투명성'을 확보하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일단 중국이 UNHCR의 개입을 인정하면 UNHCR 베이징사무소 대표가 黃일행과 직접 면담,본인의 자유의사를 확인하게 된다.이 절차를 통해 본인들이 한국행을 희망하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중국은 이를 인정,한국행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3국행=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제3국망명 형식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중국의 곤혹스런 입장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다.중국으로서는 남북한 양쪽에 적당히 체면을 차릴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대로 되려면 제3국행에 대한 한.중 양국의사전묵계와 黃일행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또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갈 수 있다는데 대한 중국측의 묵시적 동의내지 방조가 전제되지 않으면 우리 정부로서는 수용키 어려운 시나리오다.중국이 제3국으로 추방하는 방법도 상정해볼 수 있지만국제법과 확립된 국제관행에 비추어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구나 이들의 신병을 한국측이 확보하고 있다.이들이 미국이나일본,또는 유럽국등 제3국을 최종 망명지로 변경하는 시나리오도생각해 볼 수 있다.하지만 제3국을 택하기가 현실적으로 간단치않은데다 이들의 당초 희망은 어디까지나 한국 행이라는 점에서 이 가능성도 크지 않다.결국 제3국행으로 낙찰될 경우 홍콩 정도를 거쳐 한국으로 오는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장기체류=중국과의 송환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黃일행이 베이징 한국총영사관에 무한정 체류를 계속할 가능성이다.그러나 이 경우 인권 차원에서 국제법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데다 한.중,북.중간 심각한 외교현안으로 남는다는 부담삐 때문에가능성이 높지 않다.
본국송환=납치극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인정,중국정부가 강제로이들의 신병을 북한측에 돌려준다는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은 사실상전무하다.국제법적으로 불가능한데다 외교적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배명복 기자〉<사진설명> 13일 오후 정종욱 주중대사가 황장엽북한노동당비서가 머무르는 베이징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경비병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다. [베이징=주기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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