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설립 골탕 먹이는 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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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12월 초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에 조미료 제조 공장을 세우겠다는 신청서를 시청에 냈다. 안성시는 진입로를 문제 삼았다. 안성시 담당 공무원은 두 차례나 “공장이 들어서면 교통량이 늘어나게 되니 도로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장이 들어설 주변 지역은 모두 논이다. 더욱이 공무원은 구체적인 근거 자료도 제시하지 않았다. A씨는 회사 앞 폭 3.3~4.3m의 제방 도로를 진입로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건축법상 건축물 연면적이 2000㎡ 이상인 대지는 6m 이상 도로에 접해야 하지만 면(面) 지역에서는 대지에 접하는 도로와 진입로의 규모가 건축주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A씨가 응하지 않자 안성시는 “진입로를 확장하거나 별도의 진입로를 확보하라”는 조건을 달아 신청서를 되돌려줬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별도의 진입로 건설 계획을 제출했고 올해 7월 1일에야 승인이 났다. 지출하지 않아도 될 5억원을 진입로를 만드는 데 쏟아 붓게 됐다. 감사원은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담당 계장을 징계하도록 시장에게 요구했다.

공장 설립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법적 근거 없이 규제하고 법을 멋대로 해석해 민원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5~6월 경기도 화성시·안성시 등 지방자치단체 12곳과 한강·금강·낙동강지방환경청을 대상으로 ‘공장 설립 관련 규제 집행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모두 17건의 사례를 공개하고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관련 공무원의 징계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목재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B씨는 공장을 세우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B씨는 지난해 7월 이 공장의 설립을 신청했다. 문제는 자문기관인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목(밭)을 바꾸지 말고 가설건축물만 세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는 위원회의 말에 따라 공장 설립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B씨는 자문위원회를 거치지 않도록 공장 면적을 줄여 다시 신청을 해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감사 과정에서 “법적 강제력도 없는 위원회의 자문에 따라 시가 움직이는 바람에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무지가 기업인에게 부담으로 직결된 예도 있다. 충남 당진군·아산시는 2006년 4월부터 올 5월까지 64개 기업에서 받은 6억9000만원의 부담금을 돌려줘야 할 처지가 됐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 1000㎡ 미만의 공장을 신·증축하는 소기업에는 농지보전부담금과 대체산림자원조성비를 감면해 줘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부과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업무편람’을 통해 산업단지의 녹지 비율을 법에 정해진 것보다 높여 적용하도록 해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조성된 79개 지방산업단지 중 71개 단지의 녹지가 법정 기준(5~13%)을 넘는 16.1%다. 녹지 추가 조성으로 산업단지의 조성원가는 8057억원에서 1조1181억원으로 늘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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