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비경>세계7大 불가사의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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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포첸통공항에서 앙코르 와트로 가는 시골길은 평화스럽기 그지없다.40여분을 달린다.밀림속에서 검정색 사암으로 만들어진 다섯개의 탑이 한눈에 들어온다.4백여년간 밀림속에 숨어 있다 발견된 인류 최대의 사원.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앙코르 와트다.아름답다 못해 신비롭다.
쿠푸(기자에 대피라미드를 건설한 이집트 제4왕조의 왕:기원전2613~2494년)피라미드에 사용된 양만큼의 사암으로 만들어진 앙코르 와트의 돌에는 힌두신화와 앙코르왕국(657~1432년)의 숨결이 배어 있다.사원으로 들어서는 돌다 리의 양쪽 난간에는 머리가 7개인 나가(뱀의 왕)의 조각물이 하늘을 향하고있다.사원안 벽면에는 육감적으로 춤을 추는 압사라(여인상)가 새겨져 있다.가슴이 터질듯 아름답게 부조(浮彫)된 여인상에서 고대 왕국의 뛰어난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
사원안 1층 회랑에는 왕조 역사가 새겨진 벽(높이 2.4,길이 7백50)이 펼쳐져 있다.모든 부조물은 돌을 쌓은 후 새긴것이 아니라 먼저 조각한 후 쌓아올린 것이다.어느 돌이나 물이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붙여져 있다.천 장에도 앙코르의역사를 암시하는 조각이 있다.
8백여년전 이렇게 섬세한 건축술이 존재했다는게 그저 경이로울뿐이다.회랑 위에는 피라미드형 사원이 3층으로 치솟는다.사원 옥상에는 다섯개의 탑이 만들어져 있다.가장 높은 중앙탑의 높이는 65.5.사원 지붕에 있는 기와 한장의 무게 만도 2백~1천5백㎏이나 된다.
앙코르 와트는 왕국의 최전성기인 수리야바르만Ⅱ세(1113~1150년)때 37년에 걸쳐 세워졌다.왕국의 1백50리 이내에는바위산이 없었다.수리야바르만Ⅱ세는 앙코르 와트에서 1백50여리떨어진 툰레삽호(湖)인근 글루운산에서 수만명의 노예를 동원해 돌을 실어다 앙코르 와트를 만들었다.
동서 1천40,남북 8백20의 넓은 지역에 세워진 앙코르 와트는 캄보디아인들의 독자적인 우주관과 신앙세계를 엿볼 수 있다.다른 사원과 달리 서쪽(사후 세계를 의미)으로 문이 나있는 것도 특징이다.이에 대해 고고학자들은“힌두교의 비 슈누신(神)과 같다고 생각한 수리야바르만Ⅱ세가 자신의 묘로 사용하기 위해사원을 건축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앙코르유적은 일부분만이 옛모습을 되찾았을 뿐이다.건축학자들은“앙코르의 문화유적을 완전히 복원하려면 앞으로 1백년이상걸릴 것”이라고 말한다.고대 왕국의 문화.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앙코르 와트를 세운 수리야바르만Ⅱ세와 바이욘사원을 세운 자야바르만Ⅶ세(1181~1219)시대를 지나면서 앙코르왕국은 국력이 급속히 쇠약해진다.왕국은 1431년 태국 아유타족의 침입으로 멸망하고 이듬해 일부가 지금의 프놈펜 근교로 이동했다.왕국에 대한 이 시기의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다만 앙코르와트 벽화에 새겨진 산스크리트어의 해독으로 멸망이전의 역사를 짐작할 뿐이다.게다가 1백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었나에 대해서도 수 수께끼로 남아있다.
“전염병이 돌아 대다수 사람들이 몰살되고 나머지는 밀림속으로뿔뿔이 흩어졌다”고 추정할 뿐이다.이로써 위대했던 앙코르왕국은역사에서 사라졌다.
앙코르유적은 왕국이 멸망한 후 4백30년이 지난 1861년 프랑스 고고학자 앙리 무어에 의해 다시 빛을 보게 됐다.무어는앙코르 와트 중앙석탑에 올라가 푸른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숲사이로 아름다운 건물들을 보았다.프랑스로 돌아간 무어는 자신이본 것을 말했으나 어느 누구도 믿지 않았다.1866년 인도차이나 반도에 거점을 구축하고 있던 프랑스는 앙코르유적에 대한 조직적인 발굴을 시작했고 비문에 새겨진 문자해독으로 1885년에야 역대 왕들의 연표를 작성할 수 있었다.
1898년 앙코르유적의 보존을 위한 기금이 모아졌으며 열대림이 우거진 폐허에서 발굴이 시작됐다.건축물의 침식을 막기 위해엉켜있는 열대림을 하나씩 제거했다.잡균으로 부식된 조각은 깨끗이 닦아냈다.1953년 프랑스가 인도차이나로부터 철수한후 캄보디아는 엄청난 내전에 휘말리게 됐고 유적 일부도 파괴됐다.지금은 프랑스와 일본이 주축이 돼 앙코르유적에 대한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인도차이나 중앙평야에 우뚝 선 앙코르왕국의 아름다운 유적은 엄청난 감동을 안겨준다.앙코르 와트는 이미 캄보디아인의것이 아니다.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오늘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김세준 기자]***앙코르 와트 자태*** 4백여년간 밀림속에 비밀스럽게 파묻혀 있던 앙코르 와트 전경.1백50여리나 떨어진 글루운산에서돌을 날라 만들었다고 한다.1861년 프랑스 고고학자에 의해 발굴된 앙코르유적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힌다.
*** 앙코르 와트 정문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춤추는 여인상.압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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