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밀수품 경매 파문-반출금지된 伊그림 런던서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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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해온 영국 소더비경매장이 미술품을 밀수해온 사실이 폭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세계 미술계를 충격속에 몰아넣은 이번 사건은 소더비측이 이탈리아 등지에서반출이 금지된 작품을 통관서류 등을 위조, 런던 에 밀반입해 왔다는게 골자다. .소더비스캔들'은 영국의 한 예술전문 기자의 끈질긴 추적끝에그 마각(馬脚)이 드러났다.피터 왓슨이라는 이 기자는 지난해 3월 자신이 구입한 9천파운드(1천2백여만원)짜리 18세기 그림을 미끼 삼아 소더비의 이탈리아 현지직원이“미술 품을 영국으로 밀반입토록 해주겠다”고 제의하는 장면을 밀라노에서 비밀리에촬영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영국 출신 여성 카메라기자를 고용,18세기 이탈리아 작가인 주세페 노가리의.컵을 든 노파'라는 작품을 가지고 소더비를 찾아가도록 했다.극소형 카메라와 마이크를 옷속에 감춘 이 여기자는 호주의 유복한 상속녀로 위장,유산으로 물 려받은 문제의 작품을 팔아달라고 주문했다.요청을 받은 소더비 직원은 그 자리에서“런던에서 경매에 부치면 훨씬 많은 값을 받을수 있다”며 밀수를 제의,함정에 빠지고만 것이다. 소더비 직원과 합의한 여기자는 그림을 그에게 맡기고 나왔으며두달뒤에 이 작품은 런던에 도착했고 예정대로 경매에 부쳐져 7천파운드(9백80만원)에 팔렸다.밀수 모의와 이 그림이 소더비경매장에 도착하는 현장등 모든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음은 물론이다. 왓슨으로부터 필름을 입수한 영국 채널4 TV는 이를 지난 6일 방영,결국 소더비 직원의 밀수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됐다.사건이 터지자 소더비측은“왓슨이 비열한 속임수를 사용했다”고 비방하고 나서긴 했으나 밀수개입 증거가 워낙 확실한지라 즉각 관련직원들을 해임하고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미술품 거래시장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에 착수하는등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중이다. 1744년 설립된 소더비는 크리스티와 함께 미술품 거래에서 세계 최고봉을 자랑하는 경매장.지난 95년 전체 매출액이 14억8천만달러(1조2천여억원)에 달해 14억1천만달러(1조1천여억원)의 크리스티보다 더 많다. 이번 사건으로 소더비경매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것은 물론이며.복마전'으로 유명한 런던 미술품 암거래시장의 실상도 샅샅이 파헤쳐질 것으로 보인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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