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조기 유학 장려'떠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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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5일 내놓은.무자격 해외유학생 억제방안'을 보노라면 그동안 정부가 요란하게 외쳐 왔던 세계화.국제화 구호가 무색해진다. .우리도 이제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법석을 떨었던 게바로 엊그제다.해외여행 제한을 풀고.말은 어릴 때 배워야 빠르다'며 은근히 조기 해외유학을 장려하기도 했다.그런데 하루아침에 태도가 1백80도 달라졌다. 정부는“국제수지 적자가 워낙 커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변명한다.문제는 이런 방안이 실효성이 적으면 혼란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데 있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봄학기 탈법 초.중.고교 유학생은1천5백여명.현행 규정상 이들에게 보낼 수 있는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합쳐도 연간 1억달러를 넘지 않는다. 게다가 생활비 송금을 막으면 탈법유학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도 단견이다.오히려 생활비를 직접 갖다 주기 위한 부모의 해외여행이 더 잦아질 수 있고,친척을 통한 편법송금이 기승을 부릴가능성도 있다. 탈법유학생은 병역연기 혜택도 안 주겠다지만 이 역시 여건이 달라지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게 당국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한 달에 수십만원씩 드는 과외비등 국내 교육여건은 그대로두고 무조건 해외유학만 규제하는 것도 앞뒤가 안 맞다.한 학부모는“국내 학교에 다닐 때 들어간 과외비를 따져 보니 유학 보내는데 드는 돈과 맞먹더라”고 한다. 앞으로 외국어에 능통하고 국제화된 인력이 더 필요하다.새 학기부터 외국인교사까지 불러 와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게다. 물론 유학생 가운데 과소비를 일삼는 등 나라망신을 시키는 학생도 있다.하지만.빈대 잡느라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필요가 있을까.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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