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회 생일맞는 한경직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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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 개신교단의 상징적인 큰 봉우리인 추양(秋陽)한경직(韓景職.영락교회)원로목사의 96회 생신축하연이 지난달 28일 서울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수행비서 백운경 장로의 부축을 받으며 연회장에 입장한 韓목사는 자신의 호인.추양'처럼 가을의 따사한 햇살같은 온화한 미소를 연회장에 환히 비추었다. 강단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설교할 때와는 달리 한마디씩 어렵게 나오는 말로“오늘 모임이 나를 위한 것인지도 몰랐어요.세심한 배려를 해준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말을 해 참석자들의 갈채를 받았다.韓목사는 거동할 때 부축을 받아야 하고말을 할 때는 마디마다 끊기는듯 어려움을 겪지만 정신상태가 양호해 96세의 연세로는 아직도 거동할만한 건강을 누리고 있다. 韓목사는 1902년 12월29일(음력) 평남평원에서 태어났다.따라서 양력으로 96회 생신은 오는 6일.축하연을 주최한.추양선교재단'(이사장 정진경 목사)은 생신이 설 연휴와 겹치기 때문에 며칠 앞당겨 마련했다고 한다. 이 재단의 임정산 장로는“韓목사님은 우리 민족에 비전을 제시했으며 복음안에서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실천으로 보여주신 분”이라며“지금도 세계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계시지요”라고 말했다.또 영락교회 최창근 장로는“1933년 韓목사님이 신의주 제2교회에서 처음 목회를 시작한 뒤 그의 민족적인 설교에매료된 청년들이 몰려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설날이나 정초면 유난히 고향을 그리워하는 韓목사의 마지막 소원은.백두산의 소나무로 북녘 고향에 교회를 짓고 예배를 드리는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남한산성의 18평짜리 아담한 집에서기도와 성경읽기의 신앙생활에만 전념하고 있는 韓목사의 이날 조용한 외출은 한국교회의 살아있는 역사와 사표로서 그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이날 韓목사의 생신연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최훈 목사,추양선교재단이사장 정진경 목사,외항선교회 최기만 목 사,가나안농군학교 김범일 장로,영락교회 최창근.정득만 장로와 김덕윤 권사등 목회자들과 고합그룹 장치혁 회장등 30여명이 참석,조촐하게 치러졌다. 〈김용선 기자〉 96회 생일을 맞는 한경직 목사가 부축을 받으며 롯데호텔의 생일 연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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