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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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새벽 네시쯤 되어 도철과 우풍이 비트로 돌아왔다.비트안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고 놀라는 도철과 우풍에게 다른 단원들이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어때? 오늘도 재미있었어?” 길세가 분위기를 바꾸려고 우풍에게서 호스트바 이야기를 주워들으려 했다.도철과 우풍은 정식 호스트는 아니고 예비 호스트로 아직은 사환 노릇을 하고 있었지만 호스트바 풍경과 그 뒷사연들에 대해 꽤 소상히 알고 있는 편이었다. “거기야 늘 재미있지.돈 많은 유부녀들,남자들 시중만 들다가울화통이 터진 접대부들,냄비 꼴린 온갖 잡년들이 다 모이는 곳이니까.오늘은,아니 어젯밤에는 말이야,한국의 유명한 정치인 세컨드로 있다가 이제는 재일교포 남자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자기 친구들을 데리고 우리 호스트바에 나타난 거야.우리 주인마담이 그 여자가 소문에 듣던대로 대단한 미인이라면서 감탄을 하는 거야.내가 그 여자가 들어 있는 룸으로 안주 접시를 들고 들어가보니,과연 온 방안이 훤할 정도로 미 인이더라구.근데 자기 남편은 일본에 있고 여기서는 간섭할 사람이 없는 자유의 몸이라고생각했는지 노는 폼이 여간 거칠지가 않아.호스트 중에 나랑 친한 인춘이라는 형이 있는데 그 형이 마침 그 여자 호스트로 시중을 들고 있는 거야.인 춘형은 그 여자가 유명한 정치인 세컨드였다는 사실을 주인 마담의 귀띔으로 듣고는 긴장을 했는지 그여자를 정중히 모시느라 애를 쓰는 것같았어.하지만 그 여자는 막무가내야.술기운이 오르면서 점점 더 가관이 되어갔지.인춘형은나비 넥타 이에 와이셔츠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인춘형의 상의를 다 벗기고는 시뻘건 루주가 칠해진 입술로 인춘형의젖을 빨고,바지춤 사이로 손을 쑥 집어넣어 인춘형 거기를 만지며 깔깔대고 야단이야.인춘형이 거북해할 적마다 시퍼런 돈들 을몇 장씩이고 꺼내서 바지춤에다 마구 찔러주는 거야.인춘형도 돈이 생기는데 별수 있나.꾹 참는 수밖에.나중에는 인춘형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나체쇼까지 벌였으니 말 다했지.그년 완전 미친년이더라구.얼마나 돈 많은 재일교포 남자랑 사는 지 모르지만,돈지랄,냄비지랄 하는거 정말 못 봐주겠더만.그러면서 옛날 자기 서방이었던 정치인 말투까지 흉내내며 욕을 해대는데 듣는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니까.그 여자가 이러는 거야.음정이나 박자 못 맞추는 사람을 가리켜 음치라 고 하듯이,나라 다스릴 줄모르는 사람이 바로 정치(政癡)라는 거야.정치(政癡)인 주제에정치를 한다고 폼을 잡고 앉아 있으니 나라꼴이 뭐가 되겠느냐는거야.지금은 도덕군자인 척 온갖 바른 말을 다 하지만,그 정치인이 자기를 버릴 때는 꼭 불한당,깡패,협잡꾼 같더라나.” 글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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