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가 낮아서…” 김인식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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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계 야구 4강 신화’ 재현은 마운드에 달려 있다. 난항 끝에 코칭스태프 구성을 마무리한 김인식(61)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의 시선은 이제 선수 선발을 향해 있다. 그중에서도 투수진 구성을 놓고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단기전의 승패는 투수력이 결정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제1회 대회(2006년 3월) 30명이던 선수 엔트리가 2회 대회(2009년 3월)에서는 28명으로 줄어들었지만 김 감독은 “투수를 최대한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 1회 때 13명보다 더 많은 투수를 뽑을 것”이라며 ‘풍부한 투수진 구축’에 무게를 뒀다.

김 감독은 “투수력이 걱정이다. 류현진(한화)·김광현(SK) 등 젊은 투수들이 성장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1회 대회 멤버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WBC는 각국의 메이저리거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경험이 특히 중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제1회 WBC에서 김 감독은 박찬호·서재응·김병현 등 메이저리거와 구대성·배영수·손민한·박명환 등 해외와 국내를 망라한 13명의 최강 마운드를 구축했다. 이들은 아시아 예선(1.00)과 결선라운드(1.67) 모두 팀 평균자책점 1위의 성과를 거두며 4강 진출에 앞장섰다.

반면 2회 대회에선 임창용(일본 야쿠르트)을 제외한 해외파 투수들을 뽑기 어렵다. 박찬호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 결과에 따라 대표팀 합류 여부가 결정되고 김병현은 소속팀을 찾지 못해 개인 훈련 중이다. 대어가 없는 상황이라면 준척급 투수들을 여러 명 선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WBC는 엔트리 중 투수를 최소 13명 포함시켜야 하고 독특한 ‘투구 수 제한 규정’도 두고 있다. 각국의 시즌 개막을 앞두고 투수의 혹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 선발투수의 투구 수는 예선라운드 65개, 결선라운드 80개, 준결승·결승 95개 이하로 제한하고 투구 수에 따라 1∼4일간 의무적으로 휴식을 가져야 한다. 결국 김 감독은 투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현실’과 불펜진의 비중을 높은 ‘규정’을 모두 고려해 ‘마운드 인해전술’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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