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이장관이 이번 기획을 위해 충분한 인터뷰대상자란 걸 알면서도 일본 출장을 준비하는 마음은 석연치 않았다. 그가 비례대표제에 의해 당선된 참의원이라는 사실도 걸렸고 워낙 우리나라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 사전준비도 하기 힘들었기때문이었다. 그러던 지난 12일.일본행을 하루 앞두고 일요일 아침신문을 받아들고 잠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이 우리 정부와 피해자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간기금을 통해 한국인 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 지급을 강행했다는소식이 1면을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위안부 문제는 기자로선 일본 여성정치인의 입장을 꼭 들어보고 싶었던 것.하지만 워낙 두 나라간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인데다 이번 인터뷰 주제와는 동떨어진 것이기도 해 망설이던 참이었다. 이시이장관을 만나기로 한 14일 오후까지도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우선 일본인의 완곡한 어투에 대해선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위안부문제에 대해 질문을 한다 해도 교묘히 답변을 회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또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한.일간의 가장 큰 현안을 스스로 빠뜨리는 것이라는 자괴감도 일 것같았다.결국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촬영을 하면서 은근 슬쩍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선 요즘 일본군 위안부 보상문제가 큰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뜻밖에도 이시이장관은 곧장 대답했다. “일본에선 과거의 행동에 대한 많은 생각 끝에 그런 기금도 마련한 것이라고 봅니다.한국정부가 그 보상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좀 유감스럽군요.”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가 일본임을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역사가 만들어낸 그들과의 벽은 언제쯤 허물어질 수 있을까.
<21세기는여성의세기>3.이시이 미치코-취재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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