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 대한항공 오른 날개로 고공 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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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당시 수성고 3학년이던 라이트 김학민(대한항공)과 경북사대부고 2학년 라이트 박철우(현대캐피탈)가 격돌했다. 풀세트 접전 끝에 우승은 경북사대부고에 돌아갔지만, 두 선수의 승부에서는 42득점의 김학민이 29득점의 박철우를 눌렀다. 김학민은 이후 대학(경희대)에 진학한 반면, 박철우는 고교 졸업 후 프로행을 택했다. 대표팀에서는 같은 포지션을 놓고 경쟁 중인 두 선수지만, 지난 두 시즌 김학민이 외국인 선수(보비)에게 밀려 주로 벤치를 지킨 탓에 프로에서 격돌할 기회가 적었다.

대한항공 김학민(右) 이 현대캐피탈의 3중 블로킹을 피해 강타를 날리고 있다. 김학민은 서브 에이스 3개 등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1점을 올렸다. [천안=이영목 기자]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 현대캐피탈-대한항공전. 7년 만에 두 선수의 본격 대결이 벌어졌다. 하지만 승부는 예상보다 싱거웠다. 양 팀 최다인 21득점의 맹활약을 펼친 김학민은 대한항공 3-1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반면 12득점으로 부진했던 박철우는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으로부터 “(박)철우를 선발로 내세운 게 실책이었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개막전에서 LIG손해보험을 3-0으로 완파했던 대한항공은 우승후보 현대캐피탈까지 꺾으면서 올 시즌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까지 라이트 보비의 ‘원 트랙’이었던 대한항공의 공격은 올 시즌 라이트 김학민과 레프트 칼라의 ‘투 트랙’으로 다변화하면서 날카로움이 배가됐다. 상대 사령탑인 김호철 감독까지 “김학민-칼라가 두 공격 축을 형성하면서 세터 한선수가 쉽게 공을 배분할 수 있게 됐다”고 경계할 정도다. 전 같으면 보비만 막으면 됐을 현대캐피탈 블로커들은 양쪽으로 갈라진 공격에 우왕좌왕했다. 최강이라던 현대캐피탈이 블로킹에서 대한항공에 8-9로 뒤졌을 정도다.

예상보다 강한 대한항공에 적잖게 놀란 현대캐피탈은 1세트를 내주며 기가 꺾였다. 현대캐피탈은 2세트를 가져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강력한 서브를 앞세운 대한항공의 기세에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4세트에서는 손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10점 차(15-25)로 세트를 내줬다. 이날 현대캐피탈이 제 힘으로 뽑은 점수는 불과 48점, 세트당 12점에 불과했다. 김호철 감독은 “개막전에서 삼성화재에 이긴 것 때문에 선수들이 상대를 쉽게 본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개막 후 2연승을 달린 진준택 대한항공 감독은 “배구의 기본은 수비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강한 서브가 먹혀들면서 이길 수 있었다”고 승인을 분석했다. 이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린 우리 페이스대로 간다”며 선수들에게 차분할 것을 강조했다.

천안=장혜수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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