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윈윈 모델이라던 개성공단, 북한 한마디에‘개점휴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개점 휴업이 불가피해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김학권 수석 부회장이 24일 북한 측과의 면담을 마치고 돌아와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4일 개성공단 내 사업체를 둘러보고 온 한 기업인의 말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해선 상주인원을 축소시키는 조치만을 취해 외견상 공단이 유지되도록 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시각은 다르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불가능해졌다”고 우려했다.

전기나 통신을 관리하는 공단관리위원회 직원 40여 명 중 50%를 줄이면 기업활동에 필수적인 인프라 지원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물품의 반출입 통제가 까다로워져 생산이 지연되면 발주가 끊겨 생산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유창근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부회장은 “이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주요 거래처로부터 주문이 50% 이상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 취소 사태로 주가가 하락해 이미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입주를 준비 중인 기업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서한섬유의 정대찬 부장은 “개성에 60억원을 투자해 양말공장을 지은 뒤 9월 말부터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가동이 늦어지고 있다”며 “한 달에 4억~5억원 정도의 매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측 조치로 개성공단이 축소 운영될 경우 정확한 피해액을 산출하기는 쉽지 않다. 남북경협시민연대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할 경우를 가정해 투자 손실만 최소 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개성 공단 입주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협력업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손실액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보통 입주 전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다. 북측의 일방적인 몰수나 통행 차단, 전쟁처럼 기업의 책임이 아닌 이유로 사업을 못 하게 됐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토지나 건물, 기계 같은 설비투자에 한해 최대 90%까지 100억원 한도 내에서 보상받는다. 보상금은 정부가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에서 지급한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통일부 개성공단 사업지원단 투자지원팀의 선문규 사무관은 “북측의 이번 조치는 체류 인원을 최소화하고 통행을 축소한 정도여서 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는 현재 섬유·화학·기계금속·전기전자·식품의 5개 업종 88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또 45개 기업이 추가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현지에 체류하는 남측 인력만 1600여 명에 달하고, 북측 근로자도 3만600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당초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과 토지를 결합하면 양쪽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으며 출범했다. 2004년 시범단지에 15개 기업이 입주하자 정부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따라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인 국내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은 생존마저 위태로운 처지가 돼 버렸다. 

장정훈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HOT]

▶ 치밀한 북한 군부…뒤통수 맞은 정부

▶ 봉하마을 주민들, 노건평씨 집 보며 "노는 물 달라…"

▶ 재주는 KBS가 부리고 돈은 일본이 벌었다

▶ "中 지하궁전서 부처님 진신 두개골 발굴"

▶ MB "지금 주식 사면 최소 1년내 부자 된다"

▶ 제네시스 쿠페 몰면 "나이 들어 주책" 망설였는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