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건’ 검찰 수사부터 선고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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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24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2년8개월을 끌어온 ‘론스타 사건’의 1막(1심)이 끝났다. 1막은 일단 피고인들의 승리로 귀결됐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한 혐의 등에 대해 당사자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어서 이 사건은 지리한 2막(항소심), 3막(상고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부유출 책임론’에서 비롯=론스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06년 3월 14일 시작됐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2년7개월 만이었다. 시민단체와 외환은행 퇴출자 등이 제기한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검찰이 전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이었다. 검찰은 최정예 수사 인력이 포진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수사팀은 론스타 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스티븐 리 론스타 코리아 전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당시 정·재계에서는 이 수사에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2006년 초 당시 여권에서는 ‘국부유출’과 ‘양극화’를 핵심 사회 문제로 거론했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자본에 국가의 자산을 싸게 팔아넘겨 나라 살림이 축났고, 그 결과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논리였다. 수사는 ▶론스타 측의 불법 로비 ▶김대중 정부 경제 관료와 론스타 측의 유착 ▶외환은행 고위층의 불법 행위 등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됐다. 9개월간 진행된 수사에는 검사 12명과 수사관 80명이 투입됐다.

2006년 12월 박영수 당시 중수부장(현 서울고검장)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결탁해 고의로 은행 자산을 저평가하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해 론스타가 정상가보다 3443억∼8252억원 낮은 가격에 은행을 인수하도록 도왔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86차례 공판 끝에 무죄=변 전 국장 등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1월 시작됐다.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수십 명의 증인을 법정에 세웠다. 변 전 국장은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채무 탕감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1심 재판에서 다시 법정구속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김진표 민주당 의원 등 김대중 정부 핵심 관계자들도 증언대에 섰다. 김 의원은 “외환은행 매각은 불가피했다”고 증언했다. 10일 결심 공판에서는 재판부가 검찰에 추가 증거 제출 기회를 주지 않자 검사가 구형을 하지 않고 법정을 떠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첫 공판부터 변론 종결까지 23개월에 걸쳐 86차례의 공판이 열렸다. 형사사건 사상 최다였다. 그사이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두 차례 바뀌었다. 공판 기록은 한 권에 500쪽 분량으로 54권에 달한다. 판결문도 1019쪽에 이른다. 재판장이 이를 요약해 변 전 국장과 이 전 행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데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이상언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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