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신생 조선소 20여곳 C& 발 구조조정 내몰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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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C&중공업이 채권은행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한 것을 계기로 남해안 중소 조선업체의 구조조정 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 회사가 그간 수주해 놓은 선박은 9월 말 현재 57척, 29억1900만 달러어치다.

특히 C&중공업의 경영난을 계기로 2006년 무렵부터 조선업에 뛰어든 남해안 일대 중소형 조선업체들에도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일대에는 20여 개의 중소형 조선소들이 몰려 있다. <표 참조>

C&중공업의 경영난은 지난해 4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목포에 조선소를 지은 것이 화근이었다. C&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소 설립공사가 70%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금융권 융자가 끊겨 경영난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C&중공업이 조선소를 완공하려면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가 중소 조선소에 대해 추가 대출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자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금융기관들이 추가 자금을 대출하기 힘들다” 고 말했다.

울산~부산~통영~목포 등 남해안 일대에 들어선 중소 조선소들은 최근 10여 년간 조선업이 호황을 타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블록(하청을 받아 선박 일부분을 제조하는 것)을 납품하다 직접 건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중 일부는 호황 때 선수금환급보증(RG)도 받지 않은 채 선박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황 때는 발주 회사들이 몸이 달아 RG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 건조를 주문했지만, 불황 때는 사정이 엄청나게 달라진다. 조선소의 도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느 업체도 RG가 없는 형편에서는 선박 발주를 하지 않는다.

또 호황 때 중소 조선소들이 RG 없이 수주한 계약 건이 독이 될 수도 있다. B증권사의 조선업 애널리스트는 “RG가 없는 상황에서 발주한 계약에 대해서는 발주 회사가 계약을 취소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새로 배를 만드는 것보다 중고 선박을 당장 사는 게 이익인 상황이어서 발주 회사들은 신규 선박 건조를 취소하고 중소 선박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중소 조선소들은 금융권에 대해 RG 발급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중소형조선협회 채영일 사무국장은 “은행이 RG만 제때에 서줘도 숨통이 트인다”며 “RG 발급을 미룬 채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산 사람을 생매장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형 조선소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놓고 있고 은행의 RG 발급도 원활한 상태다. 대형 조선소 9개로 구성된 한국조선협회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소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대외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겠지만 후판 가격 인하 등으로 이어져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이희성 기자

◆선수금 환급보증(RG : Refund Guarantee)=선박 건조를 주문하는 회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일종의 보험. 즉 선박을 주문할 때 선수금으로 미리 배 값의 20%를 발주 회사가 조선소에 지급하는데, 이 돈을 조선소가 떼어먹고 배를 인도하지 않으면 발주 회사는 선수금 20%를 RG를 제공한 금융기관에서 대신 받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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