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 시즌 6승 … 신지애 없으면 내가 지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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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3일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서희경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제주=뉴시스]

‘포스트 신지애’는 서희경(22·하이트)이었다. 서희경은 23일 제주 스카이힐 골프장(파 72, 6274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캡스 챔피언십에서 합계 2언더파로 역전 우승을 거뒀다.

마지막 날 5타 차를 뒤집은 대 역전승이었다. 첫날은 선두에 8타 뒤진 6오버파 공동 26위였고, 둘째 날에도 5타 뒤져 공동 14위에 머물렀던 그는 최종 3라운드에서 무려 8타(버디 9개, 보기 1개)를 줄여 3타 차 역전승을 일궈냈다. 2위 편애리(하이마트)가 이날 6타를 줄이며 합계 1오버파로 추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서희경은 이로써 지난주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이어 2주 연속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6승을 거뒀다. 특히 서희경은 올해 치러진 27개 대회 가운데 7승의 ‘골프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에 이어 6승을 차지함으로써 한국 여자골프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다. 우승상금 6000만원을 획득한 서희경은 시즌 상금 누계에서 신지애(7억6518만원)에게 1억5787만원 뒤졌지만 총 6억원을 돌파(6억731만원)하면서 프로 데뷔 3년 만에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정말 숨가쁜 연승 행진이었다. 지난 8월 하이원컵 SBS 채리티 여자오픈에 이어 파죽의 3연승을 기록하고, 가비아 인터불고 마스터스에서 4주 만에 다시 1승을 추가한 뒤 시즌 막판 2승을 보태 3개월 동안 12개 대회에서 6승을 거두는 놀라운 승률(50%)을 자랑했다. 마지막 날 서희경의 정교한 아이언 샷과 신들린 퍼팅은 제주 초원에 풀어놓은 야생마처럼 펄펄 날았다. 89%의 그린 적중률을 자랑했고, 퍼트 수는 26개(전반 13, 후반 13)로 호조였다. 8언더파 64타는 서희경의 생애 베스트 스코어.

서희경은 “까다로운 첫 홀에서 2퍼트 파 세이브와 2번 홀 13m 버디 퍼팅이 승부의 발판이 됐다. 오늘 1번 홀 파는 버디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며 “어려운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자 퍼팅에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1번 홀(파 5, 518야드) 평균 타수는 6.97타로 많은 선수가 그린 빠르기와 가파른 경사로 쩔쩔 맸다. 서희경은 전반에 4타를 줄이며 선두를 꿰찼고, 10~12번 홀까지 3연속 버디를 낚아내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11번 홀에서는 12야드 칩인 버디를 성공시키며 편애리 등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각축을 벌였던 신인왕은 이번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최혜용(LIG·1596점)에게 돌아갔다. 18세 동갑내기 유소연(하이마트·1492점)이 막판 뒤집기를 노렸으나 무위로 끝났다.

제주=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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