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평가놓고 與野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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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 영수회담을 마치고 난뒤 여야 3당 모두 회담 성과 평가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혼선을 빚었다.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대표는 회담 직후 피곤한 모습으로 당사로 돌아와“한마디로 저와 국민이 바랐던 것만큼 만족할 만한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메모지를 꺼내 읽는 李대표는 손까지 가늘게 떨었다.곧이어 열린 고위당직자회의는야당성토 일색이었고 김철(金哲)대변인은“야당은 시국처방에도 무책(無策)”이라며 비난조의 성명을 냈다.그러나 3시간여만에 대변인의 논평이 바뀌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여러 가지로 양보를 많이 해 시국수습의 물꼬를 텄다는 게 첫째고,다른 하나는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청와대 회담을 긍정평가한 것은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청와대는“金대통령이 헌법위반(법안 무효화)사항 이외에는 대통령으로서 풀만한 것은 다 내놓았다”(李源宗정무수석)는 입장이다. 때문에 김종필(金鍾泌)총재가 처음에“(회담이)결렬됐다”는반응을 보인데 대해 섭섭한 반응을 보였다.더구나 이홍구대표가 당에 돌아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결과를 설명한데 대해 답답해했다. 신한국당이 뒤늦게 방향을 수정한 것은 청와대의 답답함이 전달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도 영수회담이 끝난뒤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대응방향을어떻게 조율할지 반전과 재반전의 해프닝을 빚었다.밤늦게야 총무회담에 응한다는 쪽으로 방침이 정해졌지만 혼선이 거듭됐다.
두 총재는 영수회담을 마치고 각각 당사에서 설명회를 가졌으나김대중총재는“진전이 있었다”고 한 반면 김종필총재는“원천 결렬”이라고 서로 다른 해석을 했다.
김대중총재는 간간이 미소를 지으며“오늘 회담에서 대통령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합의보려고 하고 뭐가 됐든 결론을 지으려는 태도를 보였으나 무효화 논쟁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소개.
김종필총재는“원칙적으로 결딴났는데 다른 대화가 되겠느냐”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김종필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자신이 중점 제기한 탈당사태에 대해 金대통령이 빼가기를 전면 부인하고 재발에 대한 보장도 하지 않은 때문■ 아니냐는 추측을 불렀다.
국민회의는 자민련측이 회담결렬을 선언했다고 전해듣자 야권 공조 차원에서 한때 당초의 강경 입장으로 후퇴했다.박상천(朴相千)총무는“여당이 날치기 법안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떠한대화에도 응할 수 없다”고 공식 천명하기에 이르 렀다.
그러나 계속된 자민련 대책회의에서는 박철언(朴哲彦)부총재의 수습론과 한영수(韓英洙)부총재의 투쟁론이 맞선 끝에 총무회담 수용쪽으로 기울었다.이정무(李廷武)총무는 오후 늦게 김종필총재를 만나고 나와“영수회담을 계기로 절차의 불법성을 총무회담에서논의할 수 있다”고 정정.국민회의 박상천총무는 자민련의 입장선회를 전해듣고 다시 대화쪽으로 틀었다.

<김현종.김종혁.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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