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축구 리그제’ 감독들 집단 반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고교 축구 지도자들이 내년부터 시행할 ‘초·중·고 남자축구 전국대회 폐지 및 지역리그제 실시’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축구협회 산하 고교축구연맹(회장 유문성)은 19일 고교축구 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남 해남에서 지역리그제 실시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고교연맹 이사진과 고교 축구팀 감독 등 5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들은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만들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선 지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현재 고교 1, 2학년 선수들이 바뀐 제도에 의해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므로 고교만이라도 지역리그제를 2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건욱 감독(안동고)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일선 지도자들의 의견을 모아 축구협회에 리그 연기를 건의하기로 했다. 고교연맹 정종선 전무(언남고 감독)는 “우리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학부모와 감독·코치들이 12월 10일에 열리는 지도자 세미나(축구협회 주관,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때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는 “모든 감독들이 단결해 리그제를 집단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축구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지역리그제는 ▶기존 전국 규모 축구대회는 폐지하거나 방학 중에 실시하도록 하고 ▶전국을 권역별로 10~12개 팀씩으로 묶어 주말에 리그를 벌인 뒤 연말에 왕중왕전을 치른다는 방안이다. <본지 10월 24일자 25면>

이에 대해 고교 감독들은 ▶일선 지도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고 ▶주말에 한꺼번에 수백 경기를 치를 운동장을 구하기 힘들고 ▶수준 낮은 심판이 경기를 진행해 사고가 날 우려가 크며 ▶지도자와 선수들이 주말에도 쉴 시간이 없다는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호곤 협회 전무는 “지역리그제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 만들기’ 차원에서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협회는 운동장 확보와 심판 수급 등 리그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남=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