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워치] 달라지는 역사 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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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마지막 12대 황제 선통(宣統)제 푸이(溥儀·재위 기간 1909~1911).

2003년 4월 12일부터 5월 19일까지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은 59부작 대형 역사극 ‘공화를 향하여(走向共和)’를 방영했다.

청일전쟁부터 1924년까지가 시대 배경으로 이홍장(李鴻章)·서태후(西太后)·증국번(曾國藩)·쑨원(孫文) 등이 등장했다.

드라마에선 과거 태평천국을 진압하고 민족 이익을 팔아먹은 반동분자로 인식되던 이홍장이 양무기업을 세워 제국주의의 경제적 침략을 저지한 진보적 인물로 묘사됐다.

서태후 역시 무술정변을 일으킨 권력욕의 화신에서 청말 신정을 막후에서 지지하며 중국 현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새롭게 평가받았다. 혁명을 위해 타도 대상이었던 청말 고위 관리들이 180도 달라진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드라마는 새롭게 편찬하는 청사에 대한 기본 시각의 단초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은자 경원대 교수는 “개혁개방의 수혜자인 3040 중산층이 당시 드라마 ‘공화를 향하여’의 주된 시청자였고, 네티즌의 약 90%가 드라마가 보여 준 청말의 역사 재평가에 동의했다”며 중국인들의 의식이 변화됐다고 지적했다.


‘강건성세(康乾盛世)’가 다시 오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만주족의 한족 지배라는 부정적 역사관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종 서울대 교수는 “청사 편찬 과정에서 청대와 만주족에 대해 찬양하고 긍정하는 주류 의견에 대해 일부 소수의 반대 논리도 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정리될 것”이라며 “청사 공정 자체가 ‘학문’과 ‘정치’의 가운데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할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평가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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