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서점 …‘만남의 장’으로 거듭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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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칼 퍼스 세계서점협회 회장은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골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 “서점이 같은 관심사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의 서점’시대다. 하나 둘씩 사라지는 동네 서점들. 할인판매·무료배송을 내세운 인터넷 서점을 당해낼 수 없어서다. 한국서점조합연합 통계에 따르면 1997년 5170개였던 서점 수는 지난해 2042개로 줄어들었다. 10년 만에 반토막도 채 안 남은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은 이대로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20일 파주출판도시에서 만난 칼 퍼스(53) 국제서점협회 회장은 “서점을 향해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침몰하는 곳도 있겠지만, 분명 생존자도 있을 것이다”라며 “위협이 아닌 기회에 더 주목하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인 서점 ‘베스트셀러’를 운영하고 있는 퍼스 회장은 21일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에서 ‘전통서점들을 위한 새로운 전략 개발’에 대해 발표한다.

-서점 수가 줄고 있다.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서점 수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10년 동안 서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독자들은 이제 서점에서 책을 직접 보고 고르는 대신 인터넷이 전하는 정보에 따라 책을 구매한다. 자연히 출판사 마케팅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게 됐다. 마케팅 기술이 완벽한 책들이 많이 팔리게 된 것이다. 『다빈치 코드』나 『해리포터』시리즈 등이 그런 경우다.”

-서점 위기의 주요 원인은.

“첫째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이고, 둘째는 집에 앉아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에서 공짜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클릭’한번이면 단어 뜻을 바로 알 수 있는데 사전 살 사람이 누가 있겠나.”

-인터넷 서점은 편리한데다 싸기까지 하다.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을 방법이 있나.

“서점이 편안한 만남의 장이 돼야 한다. 지역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등의 무대가 돼 독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면 생존 가능성이 있다.”

-모범사례가 있다면.

“벨기에 브뤼셀에 ‘북앤쿡’이란 서점이 있다. ‘북앤쿡’은 식당과 서점을 결합시켰다. 가게 중앙은 식사를 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벽면에는 책장을 배치했다. 책을 뽑아 테이블로 가져가면 그 책은 사야하는 것이 그곳의 규정이다. ‘북앤쿡’은 좋은 식당이자 좋은 서점으로 자리매김해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약속 장소가 됐다. 또 영국의 체인 서점 ‘스탠포드’는 ‘여행 전문’이란 특화 전략을 썼다. 웹사이트를 통해 여행지와 여행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관련 책을 함께 소개하고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같은 책을 아마존 등 인터넷 서점에서 사는 것보다는 비싸지만 이미 독자들의 신뢰를 구축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책 판매도 잘 된다고 한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서점 ‘베스트셀러’ 는 어떤 생존전략을 쓰고 있나.

“서점 안에 자동차 특별코너를 만들었다. 서점을 중심으로 자동차 매니아들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현재 오후 6시인 폐점시간을 오후 9시까지 늦추려고 한다. 생일파티 등 이벤트를 할 공간도 준비 중이다. 서점에서 생일파티를 하면 자연스럽게 책 선물을 주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서점은 어떤가.

“16, 17일 교보·영풍 문고 등 대형서점을 방문했다. 책도 많고, 좋은 음악도 나오고, 사람도 많아 좋았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는 표지가 잘 보이게 진열이 잘 돼 있는 반면, 일반 책들은 그냥 책꽂이에 꽂혀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이 흠이다.”

파주 글·사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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