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동력 만드는 바이오 로봇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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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근육세포를 이식해 움직이게 한 로봇. 심장 근육세포가 스스로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는 현상을 이용해 기어가게 만들었다. [박석호 전남대 교수 제공]

로봇 하면 사람의 모습을 하거나 산업현장에 있는 작업용을 떠올린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로봇이 바이오와 결합하면서 다양화하고 있다. 심장이나 근육세포를 이용해 움직이게 하거나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세포 속 초소형 단백질로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이들 로봇은 지금까지의 커다란 로봇으로는 할 수 없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한 로봇은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 인체 내를 돌아다니며 환부를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바이오 로봇을 들여다 본다.

◆심장 근육 이용한 로봇=전남대 로봇연구소의 박석호 교수는 심장세포로 로봇을 만들었다. 몸속에서 스스로 수축과 이완하는 성질을 로봇의 동력원으로 이용한 것이다.

로봇의 크기는 가로·세로 각각 2㎜, 앞 뒤로 길이가 다른 3개의 다리가 달려 있다. 세포가 잘 달라붙는 합성수지로 만들었다. 그 위에 쥐의 심장세포를 키웠다. 5일 정도 심장 세포가 자라면 합성수지 위에 세포가 고루 퍼져 덮이고, 심장 박동을 일으키듯 세포들이 동시에 수축과 이완 운동을 반복한다. 이렇게 세포가 동시에 움직이는 동작이 합성수지로 만든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게 하며 바닥을 기어가도록 했다.

이 마이크로 로봇은 시속 36㎝, 일주일 동안 약 60m를 이동한다. 외부의 어떤 전원이나 동력원을 필요로 하지 않고 스스로 이동하는 것이다. 몸 안에서 스스로 영양분을 흡수해 동력을 얻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그 원리를 응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근육세포를 이용해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근육세포에 전극을 연결한 뒤 전기 스위치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면 근육세포가 움찔움찔하면서 로봇이 이동하도록 한 것이다.

◆단백질 분자 로봇=몸속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을 모터로 이용한다. 세포의 에너지 공장 역할을 하는 아데노신트리포스페이트(ATP)의 합성 효소, 세포 내 단백질인 키네신· 미오신· 디나인이 분자 로봇을 만드는 데 주로 활용된다. 각각 회전하거나 좌우로 움직이는 독특한 특성을 로봇의 동력으로 이용한다.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에서 동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화학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얻어 움직인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 크기가 수~수십 나노미터(㎚)로 작아 지금까지 인간이 탐사하지 못한 몸속 구석구석을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로봇에 약물을 실어 보내거나 질병 유무를 살펴볼 수 있는 임무를 부여하면 훌륭한 의료용 로봇이 된다.

미국 코넬대 카를로 몬테마그노 박사팀은 2001년 ATP 합성 효소로 바이러스 크기의 로봇을 처음 만들었다. 도넛처럼 구멍이 뚫린 ATP 합성 효소의 중심에 3000분의 1인치 크기의 니켈 프로펠러를 이식했다. 이어 ATP가 들어 있는 용액에 이 로봇을 담그자 초당 8회전을 하며 21시간 넘게 작동했다.

미오신이나 키네신 단백질은 회전하지 않고, 직선으로 이동한다. 세포 속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나면서 초속 10나노미터씩 움직이다. 키네신의 경우 그 이동 속도가 16나노미터다. 디나인은 미오신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박석호 박사는 “생체의 특성을 활용하거나 모방해 새로운 형태의 로봇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며 “바이오로봇의 경우 주로 의료용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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