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글로벌포커스>역사적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요새 워싱턴은 요지경속이다.역사상 가장 청결한.윤리적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백악관의 주인이 된 빌 클린턴은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스캔들과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어지럽다.그런가 하면 워싱턴을 청소하겠다는 공언으로 정치에 발을 내디뎠고,실제로 89년 하원의장 짐 라이트 사임에 선봉장을 맡았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은 이제 스스로가 윤리위원회 징계결정을 기다리고있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런 북새통 속에서도 다음주 월요일로 다가온 대통령취임식을 위해 군악대들이 추위속에서 시가행진연습에 열중하는등 준비가 한창이다. 클린턴의 대통령 제2기 출범은 20일의 취임연설을 시작으로 해 다음달초 행정부 예산안 제출과 연두교서등으로 이어진다.이같은 일련의 정치일정을 통해 클린턴과 그의 참모들은 야무진 꿈을 준비한다..역사책에 평가받는 대통령'으로 그의 2기를마무리하는 일이다.백악관대변인 마이크 매커리가 그려보는 역사책의 클린턴 장(章)은 고차원으로 올라간다.“그는 단순히.균형예산을 성취한 지도자'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미국을 21세기 지도세력으로 일깨워 올린 지도자'로 기 록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당사자인 클린턴도 최근 연설들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화해(和解)의 인물'로 제시했다.
경험상 미국 연임대통령은 대부분 실망적으로 끝났다.드와이트 아이젠하워.리처드 닉슨.로널드 레이건등에 대한 평가들이 그렇다.창의적 아이디어가 초임기간중 소진되거나,개혁정신이 시들해지거나,거만해지는등 부정적 이미지를 유산으로 남겼다.
.역사적 대통령'을 겨냥하는 클린턴의 제2기 출범을 놓고 평가들이 분분하다.재능과 지적(知的) 호기심,정치력과 순발력,탄력성과 웅변등 그가 갖춘 지도자로서의 덕목은 화려하다.반면 자신에 대한 기율이 해이하고,사람에 대한 판단이 부정 확하고,기회주의적이라는 결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그의 2기는 위대해질 수 있는 잠재력과 불명예로 그칠 수 있는 가능성이 공존한다는 전망들은 바로 이런 장.단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하버드대 교수 아서 슐레진저는 지난 48년과 62년 두차례에걸쳐 역대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심판작업을 한 적이 있다.55명의 저명한 사학가들을 초청해 대통령직 수행실적을 평가토록 의뢰했다.대통령들을.위대'.준(準)위대'.보통'.보 통이하'.실패'로 분류했다.링컨.워싱턴.프랭클린 루스벨트.시어도어 루스벨트.제퍼슨.잭슨.폴크.윌슨.트루먼등 9명이.위대' 또는.준 위대'로 기록됐다.
그런데 슐레진저교수의 아들이며 작가.사학자인 슐레진저 2세가부친작업에 대한.증보판'을 만들어 얼마전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게재했다.이에 따르면 제1기 클린턴은 그의 최근 전임자 포드.
카터.레이건.부시와 함께 일단.보통'으로 분류됐 다.
슐레진저 2세는 이 작업을 발표하면서 위기가 위대한 대통령을탄생시킨다고 주장했다.이들 역사적 대통령의 공통점은 굳이 중도(中道)노선을 걸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이상(理想)을 추구하는데 있어 모험과 분쟁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종국에는 갈등을 극복,새로운 차원의 국민적 이해(理解)를 바탕으로 해 분열된 국가를 한데 뭉치게 했다는 것이다.그는 클린턴에게.화해'를 그만 들먹이고 의료보험.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과단성 있는 개선을 행동으 로 옮기는데 .위대한 대통령'의 길이 있다고 촉구했다.
한국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金대통령은 노동법개정등에 따른 갈등을 극복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슐레진저 논리대로 하자면 金대통령도 모험과 분쟁에 도전했다.그러나 그가 예시한 경험이 말해주듯 역사책에 남는대통령은 모험만으로는 성취되지 않는다.국론통일의 성취가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미주총국장) 한남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