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헬멧은 선택 아니라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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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쓰는 건 상식 중의 상식. 그렇다면 자전거는 어떨까? 자전거 타는 사람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자전거족들이 늘어나면서 자전거 관련사고 대처 방법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지만, 자전거 헬멧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는 아직 형성돼 있지 않다. 그렇지만 자전거 주행 중 두부손상은 사망 혹은 중증 장애로 이어질 정도로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만 해도 각 주마다 자전거 헬멧에 대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청소년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주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주도 상당히 많다. 이런 규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헬멧을 쓰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떨까. 자전거는 이륜차이지만 이륜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에 헬멧을 쓰지 않아도 아직까지는 불법이 아니다. 단, 도로교통법 상 만 13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를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착용 시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많은 자전거족들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데 헬멧까지 착용하는 걸 귀찮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다가도 사고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자전거 헬멧을 착용할 경우, 유의하게 사망률과 상해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자전거 헬멧이 의무화되면, 가볍게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자전거 사용빈도가 줄어들어 자전거 문화 확대에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앞으로 자전거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안전적인 측면에서 자전거 헬멧은 필수적이다. 가볍게 페달을 밟을 때라도 헬멧을 꼭 착용하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헬멧을 써야할까. 자전거 헬멧은 가벼워야 하고, 머리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주고, 통기가 잘되어야 한다. 자전거 타기는 강렬한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기 쉽기 때문이다.

자전거 헬멧은 EPS(expanded polyurethane) 재질의 경화된 스펀지 층으로 이루어져있다. 이것은 충격의 최대 에너지를 쿠션같이 둔하게 전환해 주기 때문에 상해를 예방한다. 충격을 받은 후 원상태의 모양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경화 스펀지 층의 바깥에는 매끈매끈한 플라스틱이 감싸고 있어 헬멧의 강도를 더욱 높여준다. 자전거 헬멧은 한 번 이상의 충격에도 머리에서 흘러내리거나 떨어지면 안 된다. 차와 충돌하였을 때, 벗겨진다면, 땅에 떨어지는 충격을 흡수할 수 없다. 따라서 강력한 벨트가 필요하다. 헬멧을 껴볼 때 반드시 벨트까지 최종적으로 매 봐야 하며, 편하면서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가를 테스트 해봐야 한다. 또한 헬멧은 머리 높이에서 두개골을 최대한 많이 커버해줄 수 있어야 한다.

종종 시야 부위에 보호유리가 있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깨져서 착용자를 찌를 수 있기 때문에 선택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자. 보호유리까지 충격테스트를 거치고 표준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제조업체에 대한 과도한 믿음일 수 있다. 또한 검은색의 헬멧이 멋질 수는 있어도, 야간에는 운전자들이 잘 못 볼 수 있으므로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
헬멧은 통기가 중요하지만, 과도한 통기구는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면적을 줄인다. 또한 충격을 받았을 경우 머리의 특정 지점에 압력이 집중될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매끈하게 빠진 헬멧도 있는데 이런 모형의 헬멧을 쓴다고 속도가 특별히 더 빨라지지도 않을 뿐더러 사고가 났을 경우 뾰족한 부분이 착용자를 다치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헬멧의 전체적인 모양은 속도에 민감한 전문가나 선수가 아니라며 뾰족한 부분 없이 매끄럽고 둥근 것이 적당하다.

앞서 말한 통기에 대해 알아보자. 안전성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의 통기구는 머리를 시원하게 하고, 땀을 덜 나게 한다. 또한 땀이 나더라도 땀을 흡수하는 패드가 있는 지 살펴보는 게 좋다. 머리가 작으면 두터운 패드를 달아서, 헬멧과 머리의 위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자. 머리가 큰 사람은 처음부터 엑스트라 라지 헬멧을 고른 후 패드를 가볍게 대주고 맞추도록 한다. 대머리인 자전거 족이라면 앞쪽에 큰 공기구멍이 있는 헬멧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 그 부분만 태닝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이라면 두터우면서도 밀도가 낮고 통기구가 적은 것을 고르는 편이 좋다. 온라인 구매가 비용면에서는 다소 경제적일 수 있지만 머리에 잘 맞게 조절하면서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도 좋다.

워크홀릭 담당기자 장치선 charity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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