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韓 스티글리츠 교수 "중국쇼크보다 투자위축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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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19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증권 주최 글로벌 투자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삼성증권]

"한국 경제의 문제는 '차이나 쇼크'가 아니라 투자 위축과 저축률 하락이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증권 주최 글로벌 투자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충격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로 투자 위축과 저축률 하락을 꼽았다. 그는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높은 저축률과 투자였는데, 2002년 순저축률이 1.5%로 하락해 미국(2.3%)이나 독일(10.6%)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고정자산은 1998~2002년 매년 2~3%가량씩 줄어들었다"며 "이는 기업들의 투자 부진에 따른 것으로 한국 경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려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 경제의 장점으로 우수한 인적 자원과 활발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꼽으면서 법규와 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이 건실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침체된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며 "재벌 규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벌이 특정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는 강력한 경쟁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교과서로 받아들이려는 한국의 '유행'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미국식 자본주의는 성공적인 시장경제라고 할 수 없다"며 "스웨덴.오스트리아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자본주의를 고루 살펴보고 한국에 가장 적합한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90년대 거품경제를 조장해 1조달러의 손실을 유발했으며, 회계법인.투자은행과 최고경영자 등이 회계부정 스캔들에 연루되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클린턴 정부에서 경제자문관을 지냈고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 시절엔 '개발도상국의 대변인'이라는 평을 들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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