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쏟아진 인텔 국제과학경진대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대전과학고 홍성진군.

▶ 엔진을 밑으로 장착한 생명보호 차량.

▶ 마우스 커서를 인간의 눈동자로 움직이는 시스템.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인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가 열린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는 전세계 예비 과학도들로 붐볐다. 40개국에서 130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들어 세계 최대의 청소년 과학경진대회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상금 규모만 300만달러에 달했다.

참가 학생들은 컴퓨터.환경.공학 등 15개 분야에서 저마다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자웅을 겨뤘다. 한국에서도 5팀이 참가했다. 인솔 교사인 이희권(보령 웅천중)씨는 "한국의 과학경진대회와 달리 결과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편"이라며 "입시목적이 아닌 과학을 즐기는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중국의 람히우만(17)은 자동차의 엔진을 얇게 만들어 차체의 밑바닥에 부착한 모델을 선보였다. 람히우만은 "운전자의 앞에 거대한 엔진이 있다 보니 충돌시 운전석으로 파고들어 사망 확률이 높다"며 "위험요소인 엔진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차체 밑으로 엔진을 장착하기 위해 엔진의 두께를 12cm로 줄였다. 편평해진 엔진의 모델도 내놓았다. 엔진을 차체 밑으로 가져감에 따라 무게가 아래로 쏠리면서 주행시 안정감을 높일 수 있었고, 차체 앞부분을 트렁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뒤따랐다.

나무에서 전기를 얻어내는 방법도 눈길을 끌었다. 태국의 수파초크 하루한사퐁(17)이 고안한 것으로 나무의 조직에 마그네슘과 구리 전극을 꼽고 전자의 이동을 이용해 천연 전기를 얻어내는 방법이다. 나무 조직의 pH에 따라 전기를 얻어내는 효율이 달라졌다. 바나나 나무가 가장 월등했다. 나무가 울창한 숲속에서 특히 많은 전기를 얻을 수 있어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나재원(보성고.17)군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손쉽게 알아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위에 이상을 보이면서 침을 많이 흘린다는 데 착안했다. 침의 pH가 약산성에서 알칼리성으로 변하는 것도 확인했다. 결국 소를 도살해 뇌를 살펴볼 필요없이 침의 분비량과 pH를 조사하면 간단하게 격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 뺨치는 연구=미국 조지아주의 브라이스 본지오바니(16)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다. 북미에서 가장 넓은 오하이오 리벤 사이트의 사체를 재료로 삼았다. 이곳의 사체는 8세기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사체의 이에서 채취한 미토콘드리아 DNA를 증폭시킨 뒤 기존의 원주민 데이터와 비교했다. 본지오바니는 기존에 알려진 DNA에 비해 300년 더 오래된 조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마우스의 커서를 조종하는 시스템도 선보였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다라시 데사이(17)는 자신이 개발한 장치를 이용해 96.25%의 성공률로 마우스 커서를 옮겨 보였다. 데사이 는 "컴퓨터를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장애인에게 유용할 뿐 아니라 복잡한 작업을 보다 편리하게 수행하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수상작=최고의 영예인 대상은 화산지대의 성분을 조사한 사라 랭버그(미국.17.지구과학 부문), 보다 빠른 이미지 프로그램을 개발한 추위안첸(중국.19.컴퓨터 부문), 광학현미경의 해상도를 높인 우베 트레스케(독일.18.물리부문)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에게는 각각 5만달러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한국에서는 스팸메일을 막아주는 서버 프로그램을 개발한 홍성진(대전과학고.17)군이 본상 4등과 미 인공지능협회의 특별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자동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출품한 엔지니어링 부문의 김원태(대전 대신고.19)군도 본상 4등의 영예를 안았다. '동아시아 황사의 장거리 이동과 특성 연구'로 환경 부문에 출전한 대전과학고팀(임승찬 등 3명)은 미 지질협회 특별상을 수상했다.

포틀랜드(미국 오리건주)=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