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여동생 순옥씨, 경찰관들에 인권·민주화 특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누이동생 전순옥(全順玉.50)씨가 경찰관들에게 특강을 한다.

여성노동운동가인 全씨는 20일 서울 동대문 경찰서에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시간 동안 '인권과 한국 민주화'를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全씨는 "오빠가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분신했는데 34년이 흐른 뒤 제가 동대문경찰서의 초청을 받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평화시장 재단사들과 함께 '삼동회'를 조직했을 당시 오빠는 경찰을 신뢰했었습니다. 경찰 정보과 직원이 도움을 주겠다며 찾아왔고 오빠도 경찰을 믿었어요. 심지어 모임을 준비하며 경찰과 상의하기도 했고, 시위 계획을 알려주기도 했었죠."

全씨는 "1970년 11월 오빠가 분신하기 직전에도 경찰에 시위 계획을 알렸다가 경찰의 사전 봉쇄로 무산된 적이 있다"면서 "이때 오빠는 경찰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에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全씨는 특강을 통해 70~80년대 민주화와 노동운동 과정에서 쌓인 경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을 경찰과 함께 모색해 볼 생각이다. "정부기관에서 하는 특강은 처음이라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을 강사로 불러줬다는 점에서 경찰도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여섯살 때부터 봉제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全씨는 89년 영국 유학을 떠나 2001년 워릭대에서 노동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그는 현재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를 맡고 있으며, 민주화운동 사료 영문번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배노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