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판로 확 뚫은 ‘맷돌호박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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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납작하게 생긴 맷돌호박을 재배해 부농이 된 충남 서산시 대산읍 최근명 (54)씨가 전국 농업인가운데 인터넷 사이트 운영을 가장 잘한 농민으로 뽑혔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주관한 전국 농업인 홈페이지 경진대회에 참가한 90여개 농민 사이트가운데 최씨가 운영하는 ‘참샘골호박농원(www.camsemgol.com)’이 대상으로 선정했다. 최씨는 부상으로 상금 130만원을 받았다.

최씨가 2000년부터 운영중인 이 사이트는 방문객수 연간 15만명, 인터넷 상거래 매출액 6000여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사이트에서 파는 호박죽과 호박즙 주문 방문자만도 하루 평균 500명이 넘는다.

최씨는 “사이트에서 홍보하고 있는 상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 인기의 비결인 것 같다”며 “또 일반 농민들이 재배하기 쉽지 않은 작물을 소득원으로 만든 점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최근명씨가 자신이 재배한 호박으로 만든 상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1997년부터 맷돌호박을 재배하기 시작한 그는 요즘은 호박과 가공식품 등을 합쳐 연간 매출 2억5000만원이 넘는 부농이 됐다.

그는 고향인 이곳에서 20여년간 느타리버섯을 길렀다. 버섯이 연작(連作)으로 수확량이 줄자 다른 작물로 눈길을 돌렸다. 서울 가락동농수산물 시장에서 수확기(가을)가 한참 지난뒤 더 비싸게 팔리는 맷돌호박을 발견, 작물을 바꿨다. 호박은 저장기간이 3개월에 불과해 봄철에 값이 더 오른다는 점에 착안해 보관법을 연구했다.

2년 동안 20여차례 실험 끝에 습도 70%·실내온도 12∼15도를 유지하면 1년이 지나도 썩지 않은 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맷돌호박 재배에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농법을 사용했다. 생산한 호박은 7∼8kg짜리 한 개에 1만5000원씩 받고 인터넷 사이트나 시장 등을 통해 판다.

그는 호박재배방법과 저장기술을 주민들에게도 알려주고 호박 작목반을 만들었다. 마을 70가구 가운데 15농가는 맷돌호박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종전까지 고추·파 등을 재배해왔다. 지금은 마을 전체 밭 가운데 30%는 맷돌호박이 차지하고 있다.

최씨는 또 2003년부터는 호박가공시설을 차린뒤 부인 이혜란(49)씨와 호박즙·호박국수 등 10여개 가공식품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 김성태 프리랜서

◆맷돌호박=애호박에 비해 성숙하다고 해서 늙은 호박이라고도 부른다. 가을 수확철이 되면 주황색 빛깔이 나고 겉이 단단해진다. 잘익은 호박일수록 당분 성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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