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피아니스트 양방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재일교포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양방언. 그의 음악은 '폴리스타일', 즉 복합형이다. 어려서부터 접해온 음악, 함께 작업해 온 음악가들에게서 받은 영향이 배어있다. 최근 내놓은 5집 앨범 '에코스'(C&L)에는 이런 영향을 솔직하고도 다채롭게 담아낸 음악들로 가득하다. 한국에서 발매되는 음반이라고 해서 국악기와의 만남만 고집한 것도 아니다. 가까이는 몽골, 멀리는 아일랜드까지의 음악적 지평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뻗어 있다.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담아냈다는 'Flowers of K'와 앨범 타이틀곡인 'Echoes'에서 그는 '제주의 왕자' '프런티어'에서 보여준 한국 전통 장단과 악기와의 만남을 계속 이어간다. 경쾌한 록 비트에 태평소 독주, 관현악 사운드까지 보태 무대에서 연주하면 돋보일 음악이다. 'Eventide(황혼)'는 이들 두 곡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장단을 바탕으로 하지만 화려한 무대에 어울리는 곡은 아니다. 절제된 음색에다 장재효의 25현 가야금, 장구 연주와 구음(口音) 덕분에 세련된 풍모까지 자아낸다.

다른 아티스트의 음반에 연주자로 참여해 온 경험 덕분인지 악기의 배치나 적절한 활용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어쿠스틱 피아노, 아코디언 연주는 물론 프로듀서까지 맡아 몽골. 아일랜드 등의 민속음악과의 크로스오버(장르 간 결합)를 시도한다. 크로스오버의 타고난 숙명 때문일까. 고정된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음악 세계를 넓혀가는 그의 유연한 감수성이 앨범 전체에 흐른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