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담아냈다는 'Flowers of K'와 앨범 타이틀곡인 'Echoes'에서 그는 '제주의 왕자' '프런티어'에서 보여준 한국 전통 장단과 악기와의 만남을 계속 이어간다. 경쾌한 록 비트에 태평소 독주, 관현악 사운드까지 보태 무대에서 연주하면 돋보일 음악이다. 'Eventide(황혼)'는 이들 두 곡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장단을 바탕으로 하지만 화려한 무대에 어울리는 곡은 아니다. 절제된 음색에다 장재효의 25현 가야금, 장구 연주와 구음(口音) 덕분에 세련된 풍모까지 자아낸다.
다른 아티스트의 음반에 연주자로 참여해 온 경험 덕분인지 악기의 배치나 적절한 활용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어쿠스틱 피아노, 아코디언 연주는 물론 프로듀서까지 맡아 몽골. 아일랜드 등의 민속음악과의 크로스오버(장르 간 결합)를 시도한다. 크로스오버의 타고난 숙명 때문일까. 고정된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음악 세계를 넓혀가는 그의 유연한 감수성이 앨범 전체에 흐른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신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