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燃하는東歐민주화>下.左.右派 공존 개혁여부가 좌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80년대말 냉전이 종식되면서 공산 위성국가들은 새로운 희망에들뜨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시위에 공산지도자들이 굴복,개혁과 개방을 약속했고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동유럽국가에 문호를 개방할 것을 약속했다.
낙관론자들은 이런 환경을 들어 조만간 동유럽국가들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꽃필 것이란 장밋빛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제 낙관론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불가리아는 공산체제붕괴 이후에 짧은 기간을 좌.우파가 번갈아집권한 대표적인 국가다.정당이나 대통령의 선택기준은 이데올로기보다 사회안정과 경제정상화 의지에 따라 달라졌다.지난 90년6월 최초의 자유선거에서는 공산당 후신인 사회당이 승리했으나 한달여만에 우파인 민주세력동맹의 젤류 젤레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이듬해의 총선에선 민주세력동맹이 제1당이 됐으나 젤레프대통령과 민주세력동맹의 불화로 급진적 경제개혁을 추진했던 디미트로프내각은 1년여만에 사퇴하고 사회당 의 비호를 받는 류벤 베로프가 새 총리에 임명됐다.정치.경제.사회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불가리아 국민은 지난 94년 선거에서 사회당을 다시지지했다.
그러나 사회당은 경제개혁을 뒤로 미루고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무능함과 부패로 신뢰를 잃었다.
유권자들은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에서 또다시 민주세력동맹의페타르 스토야노프를 선출했으며 사회당의 퇴진을 요구하며 조기총선을 바라고 있다.
폴란드.헝가리.리투아니아에서도 급진적인 경제개혁을 시도한 우파를 대신해 지난 94년과 95년 선거에서 공산당 후계 정당들이 잇따라 승리했다.마케도니아의 키로 글리고로프대통령도 옛유고공산당 출신이나 변혁 이후 지금까지 집권해오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아직 이렇다할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는 것은 개혁공산주의자로 불리는 좌파 집권세력들이 시장경제.사유화.민주화개혁을 무리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코와 슬로베니아의 우파정권들도 연간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로 여타 동유럽국가들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지난해 의회.대통령선거에서 변혁 이후에도 계속집권해왔던 공산당 후계세력들이 경제개혁 실패와 부정부패로 우파인 민주회의에 의해 밀려났다.
지난해말 반정부성향의 언론을 탄압해 국내외에서 항의와 압력을받았던 크로아티아의 프라뇨 투지만 대통령은 민주개혁이라는 측면에선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때문에 독재적인 성향을 청산하지 못하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대통령처럼 국민적인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 보면 흑해에서 아드리아해에 이르는 남동유럽국가들의개혁이 폴란드.체코.헝가리등 북동유럽에 비해 뒤지고 있으며 차별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추세다.
불가리아와 세르비아의 시위사태가 후진 개혁국가들의 분발을 자극하는 촉진제가 될지,혼란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