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악계 중국 작곡가 탄던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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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오는 2월15일 개막되는 제25회 홍콩 아트페스티벌의 개막 작품은 현재 뉴욕에 거주하면서 활동중인 중국 출신 작곡가겸 지휘자 탄던(40)의.마르코 폴로'.
지난해 마르코 폴로의.동방견문록'출판 7백주년을 맞아 에딘버러 페스티벌의 위촉으로 작곡된 이 오페라는 지난해 5월14일 뮌헨 비엔날레에서 탄던의 지휘로 초연됐다.대본 작가는 영국 작곡가인 폴 그리피스.이 공연에 대한 호평 덕분에 독일의 오페라잡지 오퍼가 그를 올해의 작곡가로 선정했다.
초연이후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이 15,16,18일 홍콩 아트페스티벌에서 상연된다.이번 공연은.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는 역사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이어서 오는 7월1일 중국반환을 앞둔 홍콩 시민들에게 남다른 감회 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2시간동안 휴식없이 계속되는 이 작품은 겨울.봄.여름.가을을배경으로 하는 4막 오페라.무대 배경도 마르코 폴로의 발자취를따라 이탈리아 광장.바다.페르시아 시장.사막.히말라야.만리장성으로 이어진다.마르코 폴로의 동방여행은 과거에 서 미래로 이어지는 음악여행이기도 하다.
.오페라 속의 오페라'의 개념을 도입한 이 작품에는 경극(京劇),가부키,인도네시아의 인형극,티베트의 의식등이 도입되고 피리.레베크.시타르.타블라.티베트 뿔피리.비파등 민속악기가 대거등장한다.
중국 문화혁명 이후 음악교육을 받은 세대중 세계무대에서 가장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탄던은 최근 류지아.류샤오치아.새뮤얼 왕.무하이 탕등과 함께 세계 지휘계에서도 중국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최고의 음악교육 기관인 베이징 중앙음악학원은 문화혁명 기간중 단 한명의 신입생도 뽑지 않았다.탄던도 2년간 고향에서 쌀농사를 짓다가 지방의 유랑 경극단에서 중국 현악기 얼후 연주자겸 편곡자로 활동했다.
문화혁명이 끝나고 실시된 베이징 중앙음악학원 첫 신입생 모집에서 탄던은 중국 각지에서 몰려온 음악도들과 함께 예년보다 더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학,8년간 공부를 마쳤다.그해에는 매우우수한 음악 인재들이 입학했음은 물론이다.
탄던은 86년 컬럼비아대 장학금을 받고 유학,추웬충등 세계적인 작곡가를 사사했으며 작곡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음악세계는.중국의 토속신앙과 서양의 아방가르드 음악을 결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생생한 드라마,놀라운 표현력,상상력을 자극하는 음색'(더 타임스),.지난 20년간 중국에서태어난 가장 뛰어난 작곡가'(텔레그라프)로 호평 받아왔다.
도쿄심포니의 창단 50주년 기념공연을 지휘하는등 지휘자로서도특히 현대음악 연주에 정평이 나있다.그는 이와 함께 도자기.물.종이.돌을 위한 음악등의 실험작업과 연극.영화.미술과의 연계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경극에서 아이디어를 얻은.바이올린협주곡'(87년),현악합주.
타악기.하프를 위한.죽음과 불:파울 클레와의 대화'(92년)와일본 악기 앙상블,중국 전통악단,인도네시아의 가믈란 앙상블을 위한 작품도 다수 발표했다.
또 94년 코흐 슈반 레이블로 나온 관현악곡.도교에 대하여(On Taoism)'는 94년 BBC매거진이 선정한.올해의 베스트 음반상'을 수상했다.언제나 짧게 깎은 머리에 매서운 눈빛을 하고 작곡.지휘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탄던 .당분간 눈여겨 봐둬야 할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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