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들 형식파괴 변신 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새해들어 역사서가 달라지고 있다.지난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역사서 열풍이 올들어 상승기류를 타면서 서술방법에도 커다란변화가 오고 있다.시와 이야기로,만화로,연표로,소설로,신문으로,그리고 주제별로….
우선.시와 이야기가 있는 우리 역사'(동녘)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말 나온 1권에 이어 최근 2권이 선보였다.딱딱한 교과서식이나 흥미위주의 다이제스트식 서술에서 벗어나 주요 사건과 사실을 과감하게 이야기체로 풀어놓는다.한글세대가 실 감나게 읽도록 쉽고 재미있는 문장을 채택,고등학생 수준이면 누구나 이해할수 있다.단군신화부터 4.19까지 수천년동안 이어진 조상들의 슬픔과 기쁨,좌절과 극복을 생동감 넘치게 그렸으며 편마다 덧붙인 시와 노래.그림.벽화.지도등 다채 로운 시각자료 또한 독서의 즐거움을 높여준다.한국사를 전공하고도 현재 대학 강사.출판사 편집.방송작가로 활약하는 젊은 학자 3명의 공동작품이다.
.우리 역사를 읽는 33가지 테마'(푸른숲)는 정치.문화.학문.생활등 33가지의 주제를 통해 우리 역사 전반을 분석한다.
옛 일의 객관적 전달이 아닌 오늘을 읽는 잣대로서의 과거에 비중을 두고 있다.역사는 언제나 새로운 해석과 전망을 제공한다는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예를 들어 조선시대 당파싸움에서 오늘날 정당정치의 본질을 읽어내고,통제와 억압의 관료주의에서 좌절을 겪어야 했던 천재들을 통해 모방과 표절이 난무하는 작금의 학문풍토를 반성하며,지역 차별의 변천사를 돌아보면서 망국병으로 거론되는 지역감정의 속성을 해부하고 나선다.왕권(王權)과 신권(臣權)의 균형을 유지했던 조선시대 정치상황을 조명하며,쿠데타로얼룩진 우리 현대사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조선시대 왕권보다 한층강력하다는 지적은 오 늘의 상황을 새로운 눈으로 점검하게 한다.학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한국근대정치를 전공한 저자 우윤씨의 경력도 특이하다.
시사만화가 백무현씨의.만화로 보는 한국현대사'는 해방에서부터지난해 두 전직대통령 구속까지 격동의 세월을 세권의 책 속에 담았다.특징이라면 흔한 역사책에서 볼 수 있는 해설을 생략하고처음부터 끝까지 한편의 드라마처럼 꾸민 점.수 많은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우리 현대사를 힘들게 버텨온 민초들의 삶에 초점을맞춘다.또한 기존의 통념을 깨는 작업도 여러 군데서 시도한다.
민족지도자로 추앙받는 김구보다 지금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운형에 더 큰 비중을 싣는가 하 면 이승만 암살을 계획하고 6.29선언에도 개입한 미국의 전략을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이와함께 기사.해설.만평.토픽등 일간신문 형식에 우리 역사의흐름을 담은.역사신문'(사계절)도 최근 5권으로 완간됐다.또한도서출판 일빛이 한국사와 세계사의 흐름을 상세한 연표로 정리중이며,도서출판 지성사도 일제침략기를 배경으로 독립을 쟁취하려는조선인들의 주체적 노력을 가상소설로 엮어낼 계획이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