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이렇게풀자>1.정부.여당 대화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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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동법 변칙처리에 따른 파업사태가 사회안정을 위협하고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그런데도 정부와 신한국당이 사태해결에 진정한 성의와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7일 야권의 영수회담 요구를 정면 거부한 이래 여당이 여야대화를 아예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따끔한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사회원로등 지도급인사들은 영수회담이 거부된데 아쉬움을 표시하며 여권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능동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은 당정이 변칙처리 이후 닥칠 노동계의 반발이 예견됐음에도 안이한 상황판단과 미온적 대처로 노정(勞政)갈등을방치(放置)해 기업의 곤욕과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당정이 사법적 강경대응을 서두르면 사태 를 그르칠 수있다는 비판도 여당을 포함해 사회각계에서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정계원로 이철승(李哲承)씨는 “나는 복수노조에는 반대하지만여당의 일방처리에는 문제가 많았다고 본다”며“파업근로자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여야는 영수회담과 국회대화를 통해 노동법의 문제점을 보완하는등 사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의했다.
서울대행정대학원 김광웅(金光雄)교수는“문민정부에서조차 5,6공처럼 공권력에만 의존해 사태를 극한상황으로 몰고가면 해결이 어렵다”며“정부와 노동계가 대화를 통해 핵심조항의 양보카드를 한가지씩 꺼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실련의 유재현(兪在賢)사무총장은 “변칙처리에 책임있는 여당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국정운영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대화를 촉구했다.
대선예비주자를 포함한 신한국당내 중진들마저 10일 당정의 사태대처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섰다.고문단회의에서 민관식(閔寬植)고문대표는“거리에 정권퇴진구호가 걸리는등 이 정국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한동(李漢東)고문은 “보다 심각한 것은 민심이반현상”이라고우려했다.이회창(李會昌)고문은 “눌러서 마무리짓겠다는 생각은 안되고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며 조급한 사법대응을 경계했다.신한국당은 근로자계층을 설득하고 진정시키기■위 한 노력에도 성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홍구(李洪九)대표가 10일 뒤늦게 한국노총을 방문했는데 당은 파업사태를 주도하는 민주노총과는 접촉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있다. 당이 李대표의 연두기자회견과 고위당정회의를 각각 17일과 16일로 잡은 것도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 너무 늦다는 지적이 많다.
당의 고위관계자는“11일부터 근로자지원.정리해고조건강화.고용증대에 관한 당정의 대책이 차례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런 정책이 파업의 진정에 어느 정도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여론의 상당부분은 경제난국에 파업이 겹쳤는데도 여당이 대화를거부하는 것은 의회정치의 본질과 어긋난다고 지적하면서 즉각적인대야(對野)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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