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 박찬호,롯데 차명주에 우정의 한수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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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명주가 저런 폼을 가졌다면….' 박찬호(24.LA다저스)는톰 글래빈(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을 보면서 늘 죽마지우 차명주(24.롯데)를 떠올렸다.
글래빈은.왼손잡이의 교과서'로 불리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투수.90년이후 좌완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냉철한 판단력과자로 잰듯한 제구력,특유의 서클 체인지업이 트레이드 마크다.
91년 청소년대표때 서로를 알게된 뒤 92년 나란히 한양대에진학,2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 차명주를 박찬호가 잊을리 없었다.
브레이브스 경기때 글래빈을 보면 늘 같은 좌완인 차명주를 떠올렸고 나름대로 글래빈의 투구폼과 경기운영을 연구했다.
지난주말 제주도로.둘만의 여행'을 떠난 자리에서 박찬호는 차명주에게 그동안 자신이 분석한.글래빈의 비법'을 전해주며 올해선전을 부탁했다.“글래빈의 장점은 언제나 똑같은 투구폼에서 볼이 나온다는 거야.항상 일정한 폼에서 항상 같은 코스로 던져.
왼손타자의 무릎 근처지.오른손 타자에게는 가장 먼쪽의 스트라이크 있잖아.너도 대학때 많이 던지던 코스지?” “문제는 구질이다르다는 거야.직구.체인지업.커브.세가지가 똑같은 폼에서 똑같은 코스로 들어와.타자로서는 알면서도 리듬을 빼앗기게 되는 거야.그대신 제구력이 정확하지 않으면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어.” 차명주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글래빈의 특징을 정확히 전해주는 친구의 우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 당시 역대 최고계약금이었던 5억원을 받고 입단,2승5패8세이브라는 실망스런 성적을 거둔 자신이 부끄러웠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해 10월7일부터 2개월간 하와이 윈터리그에서 갈고 닦은 기량에 글래빈의 비법을 접목,친구를 놀 라게 해주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난 선발로 10승을 할테니까,넌 마무리로 20세이브를 올려라.” 박찬호는 차명주에게 우정보다 더 진한 부탁을 했다.1년뒤 다시 만나 서로에게 자랑스런 성적표를 꺼내보일 것을 다짐하면서.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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