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미국 작년 M&A 바람 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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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증권 데이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기업 인수.합병(M&A)금액은 95년(5천1백90억달러)보다 27% 늘어난 6천5백90억달러(약 5백53조5천6백억원)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전체의 M&A금액은 95년(9천5백억달러)보다 20% 증가한 1조1천4백억달러를 나타냈다.증권 데이터사는 지난해 통신.국방산업에서 대형 합병이 일어나 M&A가 이처럼 활기를 띠었다고 풀이했다.
관계자들은 지난해 미 통신.방송분야의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M&A를 위한 시장분위기가 좋아졌고 올해에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지난해 통신분야의 대표적인 M&A로는 벨 애틀랜틱이 무려 2백13억달러를 들여 나 이넥스를 인수한 것을 들 수 있다.
또 SBC커뮤니케이션도 1백65억달러에 퍼시픽 텔러시스그룹을인수,미 서부지역에서 대형 전화회사로 부상했다.
이밖에 다른 통신회사들의 M&A도 줄을 이어 지난해 M&A시장은.통신의 해'라고 불릴 정도였다.
방위산업과 에너지분야에서도 M&A가 활발했다.
지난해 록히드 마틴이 88억달러에 로럴사를 인수했는가 하면 항공업계의 최대 업체인 보잉이 1백40억달러에 맥도널 더글러스사를 인수했다.한편 방위산업체를 가졌던 기업들이 이를 팔아치우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웨스팅하우스사가 방위산업부문을 30억달러에 노스럽 그럼맨사에,록웰 인터내셔널은 32억달러에 보잉사로 각각 팔아넘겼다.
에너지분야에서도 지난해 듀크 파워가 팬 에너지사를 77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비롯,휴스턴 인더스트리가 24억달러에 노암 에너지사를,엔론사가 21억달러에 포틀랜드 제네럴사를 인수하는등 상당한 거래가 있었다.
95년에 크게 유행한 은행간 합병바람은 지난해에는 가라앉았다. 지난해에는 또 미 증시의 상승행진이 M&A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주가상승기에 기업간 합병이 이뤄지면서 주주들에게 엄청난 자본이득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예컨대 질레트사가 주식 교환을 통해 듀라셀사와 합병하기로 발표했던 당시 질레트사의 시가총액은 73억달러였는데 합병계획 발표이후 주가가 더욱 올라 79억달러로 불어났다.잠깐새 6억달러의 자본이득이 생긴 셈이다.
한편 지난해 경영권 인수를 노린 적대적 M&A비중은 전체의 약 5%에 그쳐 88년의 33%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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