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JP모건 보고서 탓에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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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하나금융지주가 JP모건증권이 이달 초에 낸 보고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느 은행에 적용하는 잣대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바람에 주가가 떨어지는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측은 “JP모건이 보고서를 하루빨리 정정하지 않는다면 담당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이장영 감독서비스총괄본부장은 “금융회사마다 기준을 달리해 투자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JP모건에 대해 비공식적인 주의 조치를 했다”며 “JP모건도 이를 받아들여 조만간 보고서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허위 보고서 작성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금감원은 문제가 된 JP모건의 보고서도 검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발단은 2일 발표된 JP모건의 3분기 하나금융지주 실적 분석 보고서다. JP모건 서울지점은 이 보고서에서 “3분기 하나금융의 중소기업 무수익 여신(NPL) 비율이 전 분기 3.75%에서 4.76%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무수익 여신은 떼일 염려가 높은 부실 여신을 지칭하는 것으로, 전체 여신에서 무수익 여신의 비율이 증가하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나빠진 것으로 본다.

문제는 JP모건이 하나금융의 NPL을 계산할 때 평소와 다른 기준을 적용한 데서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무수익 여신에는 ▶3개월 이상 연체의 고정 여신 ▶회수 의문 여신 ▶추정 손실이 포함된다. 그러나 JP모건은 ‘3개월 이상 연체의 고정 여신’보다 건전성이 한 단계 높은 ‘요주의’ 여신까지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의 NPL 비율이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진 것이다. 현재 금감원의 감독규정은 부실채권에 ‘요주의’ 여신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산출한 9월 말 현재 하나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95%다.

하나금융지주의 김병호 재무담당 부사장은 “그동안 JP모건은 한 번도 요주의 여신을 NPL에 포함시킨 적이 없다”며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와도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은 의도적인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고서 정정을 요구했지만 JP모건은 NPL에 요주의 여신까지 포함했다는 걸 적시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의 NPL 산정에 종전과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에 대해 JP모건의 강소영 홍보팀장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증권 구용욱 애널리스트는 “정확한 분석을 하기 위해선 모든 금융회사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이의를 제기하자 JP모건은 10일부터 하나금융을 아예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상승하던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다음날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나흘간 39.4%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24%)·신한금융(-12%)·KB금융(-4%)보다 훨씬 많이 떨어졌다. 그 이유에 대해 하나금융은 JP모건의 발표가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중개 부문에서 JP모건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분석 대상에서 하나금융을 제외했다는 것 자체가 주가엔 악재”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11일 이후 나흘간 295만여 주(1.29%)를 순매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JP모건 서울지점의 담당 애널리스트는 “어떤 언급을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소영 팀장은 “하나금융이 정보 제공에 제한을 뒀고, 그로 인해 균형잡힌 분석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하나금융을 분석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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