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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안심하라" 말 대신 대비책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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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한 미 2사단 병력의 일부 철수와 관련, 정부가 "전력 손실에 큰 영향이 없다" "첨단무기로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을 연일 내놓고 있다. 미국이 패트리엇 미사일을 추가 배치하고 신속기동 여단을 파견한다는 것 등이 그런 대책의 일환이다. 이런 언급들은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 공백이 과연 메워질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이미 세계전략 차원에서 결심한 것이고 이번 2사단 병력의 이라크로의 차출도 그 일환으로 본다고 한다면 우리로서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재배치가 불가피한 상황의 변화라고 할 때 이에 대비한 우리 쪽의 대비책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무조건 "안심하라"고 한다 하여 안심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당연히 전력의 손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메울 것이며 또 그에 따른 재정 부담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혀야 국민이 마음의 각오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미 2사단은 공격 및 수송용 헬기, 무인정찰기 등 상당수 첨단무기를 이라크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로 파견된 주일 미군이 그랬기 때문이다. 이 공백을 메우려면 한국군 보병 1개 사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드는 단순 부대운영비 연 600억원은 차치하더라도 무기체계를 비롯해 우리의 대북 군사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미군 철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방사포를 무력화하기 위한 대(對)포병작전 등 미 2사단이 맡아온 '특정 임무'를 이미 인계받았다면 여기에 필요한 다연장로켓 등 구입에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북한의 사전 징후를 알기 위한 정보체계를 구축하는 데 드는 돈은 계산이 안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계속 "전력 공백이 없으니 괜찮다"는 얘기만 할 것인가. 국민의 불안감을 '막연하다'고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전력보강책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