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지구촌쟁점>5.나토 구조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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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 유럽대륙을 달굴 가장 뜨거운 이슈는 창설 50주년을 맞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성격과 위상,그리고 냉전후의 유럽안보전략을 어떻게 규정지을 것이냐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2차 세계대전후 안보문제에 있어 미국과 옛소련을 상대로 항상 종속적 관계에 있던 유럽국가들이 전후 50년만에 자주적 안보개념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안보전략의 마련과 연관돼 있다. 따라서 신안보전략의 핵심은 결국 미국.러시아와 유럽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짓느냐에 달려있다.이런 점에서 95년부터 본격화된 NATO의 확대.재편 문제는 유럽이 직면한 도전이자 기회다. 유럽과 미국은 NATO회원국 확대와 구조개편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통제력을 보다 더 강화하고자 한다.
물론 러시아는 여기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수차례의 논란 끝에 지난해 12월 NATO 16개 회원국과 러시아는 브뤼셀에서 기본적인 입장을 서로 확인했다.
NATO 외무장관들은 소위 16+1회담에서 향후 이 기구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는 옛소련권 유럽국가들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약속,러시아로부터 NATO 확대문제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발언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지난 4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헬무트 콜 독일총리에게 러시아 지도부가 밝혔듯이 러시아는 NATO의 동유럽지역 확대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겠지만 반대로 서유럽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받아야한다는 입장에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 다.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이익과 관련된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NATO 회원국가와 동등한 발언권을 갖는 의사결정기구가 NATO내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NATO측은 늦어도 2월까지는 러시아측과 NATO헌장의 주요항목에 합의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러시아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양측이 위기관리,평화유지활동 확대,핵확산 방지,전략핵무기에 대한 공동방공망 구축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쉽사리 타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때문에 1월 중순 모스크바를 방문할 하비에르 솔라나 NATO사무총장,2월과 4월 각각 네덜란드와 독일을 방문할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새로운 제안과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는한 이 문제를 둘러싼 미.유럽과 러시아간 갈등은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NATO내 강경파들은 러시아의 반대와 상관없이 오는 7월 마드리드에서 개최될 NATO 정상회담때 신규 가입대상국을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NATO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최근 미국과 프랑스간에일고 있는 지휘권 다툼이다.
유럽내에서의 자체 기동부대 창설등 유럽의 독자적 작전기능을 활성화하는 것과 관련해 프랑스는 지휘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지난 66년 NATO의 군사기구에서 탈퇴했다가 이번에 다시 복귀할 프랑스는 남유럽군 사령관자리를 유럽국이 맡 아야 한다고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남유럽군은 미국의 제6함대가 지중해를 무대로 주력군으로 활동하고 있어 전통적으로 미국이 사령관을 차지해왔다.물론 미국도 유럽내에서 일고 있는 자주적 안보개념에 대항하고자 중.동유럽국가를 모두 포 괄하는 26개국 연합인 대서양동반자회의(APC) 창설등을 제안해 놓고 있어 유럽내의 신안보전략 논쟁은 올해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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