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의존도 높은 중국경제, 내년 성장률 논할 수 없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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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28면

바이충언

중국은 9일 4조 위안(약 78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상하이 증시가 뜀박질하고 아시아 각국은 미·유럽의 불황을 중국이 완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이 세계에 기여한 가장 큰 공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발’은 이틀도 못 갔다. 일부 경제 전문가는 ‘중국판 뉴딜’이라는 이번 부양책이 ‘경기 방어’에 치우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바이충언(白重恩) 칭화대 경제학과 주임교수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으로, UC샌디에이고에서 수학으로 각각 박사학위를 딴 뒤 칭화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겸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

칭화대 바이충언 교수의 中 경제 진단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10개 부문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어느 부문이 가장 핵심이 되나.
“총론은 있지만 부문별로 돈을 어떻게 할당할지 설명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중 얼마가 이전부터 미리 계획돼 있지 않은 새로운 수혈인지 모른다. 전체만 보여 주니 돈뭉치가 크게 보인다. 철도 부문이 특히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4조 위안 중 절반까지 보는 사람도 있다. 철도는 항공·도로에 비해 발전이 느린 편이다. 하지만 국가 위주의 독점기업에 돈이 몰리면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경기부양책을 ‘중국판 뉴딜정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동의하지 않는다. 뉴딜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자유방임주의 사상의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경제가 안 돌아갈 때에도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과감하게 시장에 개입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었다. 중국의 경우 정부 역할이 애초부터 컸는데 이번에 더 커져 버리게 됐다. 정부가 부양책을 짜면서 시장으로 하여금 더 많은 역할을 하게 했어야 한다. 예컨대 의료보험 혜택을 확대하면 사람들의 생활 걱정이 줄어들어 지갑을 열 것 아닌가. 이게 정부가 직접 병원을 짓는 것보다 더 좋은 정책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중국에 주는 충격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시사적 현상이 얼마 전 열린 광둥 무역박람회(Canton Fair)였다. 총거래액은 지난해보다 20%나 감소했다. 굉장히 안 좋은 신호다. 이번 부양책은 수출이 안 되니 내수에 집중하는 정책이다. 고정자산 투자를 촉진하려고 세금을 줄일 것이다. 2년간 실시하는 단기 정책이라 내륙 지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 격)은 수출 촉진을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산 제품은 이미 충분히 싸다. 외국 사람들이 중국 제품가격이 5% 더 싸졌다고 해서 더 많이 사지 않는다.”

-이번 경기부양책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나는 완벽주의자다.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 결정 과정에서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걱정이다.”

-어떤 이는 중국의 내년 성장률을 5%까지 낮춰 보기도 한다.
“중국 경제는 대미 의존도가 높다. 미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어떻게 중국의 성장률을 논할 수 있나. 미국발 위기는 중국에 매우 좋지 않은 시기에 터졌다. 중국은 이미 부동산 거품 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중국이 직면한 위기를 단지 미국발 위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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