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를 보고 에너지 주식 크게 늘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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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28면

워런 버핏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에너지와 제조업체 주식을 더 사들였다.

워런 버핏의 위기 속 머니게임

 버크셔해서웨이는 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3분기(7~9월)에 세계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지분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고 밝혔다. 대신 미 정유회사인 코노코필립스와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 이턴 주식을 늘렸다.

 버크셔해서웨이는 9월 말 현재 코노코필립스 주식 14억900만 주 가운데 5.5%인 83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3월 말 보유 주식 1750만 주의 4.74배다. 6월 말 5970만 주에 비해서도 39%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이 회사는 코노코필립스의 최대 주주로 급부상했다.

 미국 헤지펀드인 그린위치의 제프 매튜스 대표는 “정유회사 코노코의 지분을 확대한 것은 10년 앞을 내다본 투자”라고 평가했다. 버핏은 미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국제원유 거품이 꺼지며 지난 7월 배럴당 140달러에서 최근 57달러 선으로 반 토막 났지만 10년 뒤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전 개발은 최근 유가가 급락함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줄줄이 중단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제 발전 등에 힘입어 원유 수요가 늘면 국제유가는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세계 하루 원유 소비량이 현재 8000만 배럴대에서 1억600만 배럴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미 전력회사인 NRG 에너지 주식을 6월 말보다 54% 많은 500만 주로 늘렸다. 전체 발행 주식의 2.2%에 달하는 물량이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분을 늘린 제조업체 이턴은 항공기 업체인 보잉과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31년 동안 연평균 주가가 25% 이상 상승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가 57% 정도 떨어졌다. 워싱턴에 있는 아메리칸대의 제럴드 마틴(경영학) 교수는 “이턴 지분 추가 매수는 버핏의 투자전략 일부를 보여준다”며 “그는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회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BOA와 미 서부 최대 은행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주 비중을 줄였다. 대신 중소 은행인 US뱅크코퍼레이션 지분을 늘렸다. 이에 대해 마틴 교수는 “버핏이 모기지회사인 컨트리와이드와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를 사들였으나 주가 폭락으로 큰 손해를 봤다”며 “이후 가장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금융회사만을 사들이기로 마음먹은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와중에 버핏이라고 해서 성적표가 다 좋을 리 없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 자산은 9월 말 현재 334억 달러다. 한 해 전 9월 471억 달러보다 137억 달러 정도 줄었다. 지난 7일 발표된 버크셔해서웨이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7% 줄어들었다. 순이익 규모는 지난해 3분기 45억5000만 달러에 달했으나 올 3분기에는 4분의1 수준도 안 되는 10억6000만 달러(주당 682달러)로 주저앉았다. 그 여파로 버크셔해서웨이 A주 가격은 한때 주당 10만 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 14일 주가는 간신히 10만100달러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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