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 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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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혁기는 다음 그림,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진을 보기 위해 엔터 키를 눌렀다.역시 포르노 사진이었다.준우는 야후(Yahoo)검색 프로그램 같은 것을 이용하여 주로 섹스물을 다루는 웹사이트 주소를 찾아 들어가 포르노 사진들을 시리즈로 보았음에 틀림없었다.
이번 사진의 백인 여자는 하얀 머리띠에 하얀 마름모 귀고리,하얀 팔찌,하얀 목걸이를 하고 망사 같은 하얀 스타킹을 신은 채 전라의 모습으로 정면을 향해 도전적으로 양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었다.그녀의 음부는 다른 흰 장신구들과 대조 적으로 검은목도리를 두른 듯하였다.그리고 그녀의 음부는 수많은 남자들을 받은 흔적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얼굴은 젊디젊은데 음부는 이미 수축력을 잃은 듯 축처져 있어 마치 늘어진 남자의 그것과닮아 있었다.
준우가 이 사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이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 수음이라도 했을까.
혁기 역시 자기도 모르게 아랫도리의 물건이 무지근해지는 것을느끼며 민망스러워졌다.
다음 사진은 마릴린 먼로가 빨간 카펫을 배경으로 음부를 살짝가리고 고개를 한껏 젖힌 그 특유의 뇌쇄적인 모습으로 보얀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다.어디서 입수한 먼로의 나체 사진일까.
혁기는 두 허벅지 사이의 그늘에 감추어져 있을 마릴린 먼로의비밀스런 부위를 떠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급히 엔터 키를눌렀다. 이번 사진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준우,이놈의 자식,브이 세대론 좋아하네.이런 음탕한 그림이나 훔쳐보는 주제에.” 혁기는 소리내어 중얼거리며 엔터 키를 눌러 그림을 후딱 넘기려고 하다가 그만 시선이 그 그림에 고정되고 말았다.오른편 화면이 남자의 허벅지 부분으로 꽉 차 있는데 남자의 큼직한 물건이 약간 처진 채 돌출되어 있었다.그 물건은 남자 의 허벅지 쪽으로 머리를 두고 드러누워 있는 여자의오른손에 꽉 움켜쥐어져 있었다.방금 파정(破精)이 끝났는지 희부연 액체덩이들이 여자의 젖가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여자의 머리 위치로 보아 어떤 방법으로 남자의 파정이 이루어졌 는지 알 만하였다.
“후우.” 혁기는 숨을 몰아쉬어 보았지만 스스로 흥분이 되는것을 어찌하지 못했다.음란 영화나 음란 도서를 검열하는 무슨 무슨 윤리위원회 사람들도 이런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혁기는 준우의 인터넷 그림 파일들을 검열하다가 어느새 그 그림파일들에 시선을 자꾸만 빼앗기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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