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갈색구름, 서울 하늘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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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서울대 박순웅 교수 연구팀은 한국의 대기오염물질(1994~98년)은 중국에서 날아든 것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내 생태계가 본 피해의 3분의 2가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물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05년 서해 백령도와 제주도 해상에 수백㎞에 걸쳐 이어진 갈색구름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대 손병주 대기과학과 교수는 “위성사진을 보면 중국에서 엄청난 양의 오염입자들이 한국으로 날아드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봄이나 가을에 안개가 자주 끼는 것도 갈색구름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서울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주목받는 중국발 ‘대기갈색구름’ 현상에 따른 위험지역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3일 (현지시간) 아시아 지역 내 갈색구름의 위험성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서울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13개 대도시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갈색구름으로 인해 서울·베이징·뉴델리·카라치 등 13개 대도시의 대기 중 매연 수준이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UNEP는 또 하늘을 뒤덮는 갈색구름으로 인해 일조량이 감소, 한국·중국·일본 등 3개국에서 쌀·밀·콩·옥수수 등 4대 농작물 수확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간 5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이들 3개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UNEP의 설명이다.

◆갈색구름 건강 위협=UNEP는 “갈색구름의 확산으로 대기 중 매연이 많아짐으로써 호흡기·심장질환 등으로 숨지는 한국·중국·일본 내 사망률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동부 지역에서 형성된 갈색구름은 빠르고 넓게 확산돼 인도와 동아시아는 물론 중동·아프리카·남미까지 도달한다. UNEP는 “갈색구름이 3~4일이면 대륙을 옮겨갈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산 갈색구름의 위험에 경각심을 갖게 된 스웨덴·이탈리아·미국 등의 주도로 실시됐으며 한국도 참가했다.

유엔본부=남정호 특파원, 이정봉 기자

◆대기갈색구름(Atmospheric Brown Cloud)=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매연에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뭉쳐져 만들어진다. 중국은 황사가 매연·배기가스 등과 합쳐져 거대한 갈색구름을 생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새로운 환경오염의 주범이 갈색구름으로 불리는 것은 햇볕을 흡수해 육안으로 볼 때 전체적으로 어둡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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