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4대0으로 꺾은 사우디 전력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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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이 1989년 10월 이후 19년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3무3패) 상대 사우디아라비아는 역시 강했다.

20일 새벽(한국시간) 한국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를 사우디아라비아가 12일 밤 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중동 축구의 맹주임을 과시했다. 카타르 훈련캠프에서 소식을 접한 허정무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샛별 하자지 ‘요주의’=사우디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주전 선수 대부분이 출전한 사우디는 경기 초반부터 바레인을 몰아붙여 공수 양면에서 압승을 거뒀다. 바레인은 알라 후바일 등 주전 6명 정도가 빠지긴 했지만 사우디의 조직력에 막혀 중동의 복병으로 손꼽히는 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바레인전에서 2골·1도움을 기록한 나이프 하자지(20·알이티하드)는 샛별처럼 등장한 신예 공격수로 허정무팀의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 올 시즌 사우디 프리미어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 최근 대표팀에 합류한 하자지는 이날 예리한 패스로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뒤 발리슛과 헤딩슛으로 2골을 기록했다.

지난 9일 태국과의 평가전(1-0승) 결승골에 이어 A매치 2경기 연속골이다. 그리 크지 않은 키(1m75㎝)에도 탄력이 좋고 공을 다루는 센스가 뛰어나 한국 수비수들의 집중마크가 필요하다. 알조하르 사우디 감독은 최근 득점 감각이 좋은 하자지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야세르 알카타니(알힐랄) 대체요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정해성 대표팀 코치는 “측면 공격이 예리하다. 바레인이 전반전에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후반전 사우디의 공세에 무너졌다. 그만큼 체력과 기술이 좋은 팀”이라고 경계했다.

◆압박과 역습으로 승부=허정무 감독은 한국을 떠날 때부터 화끈한 경기 내용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수립했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승점 1점 확보’라는 보수적인 자세로 임할 허정무팀은 미드필드에서 상대가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없도록 압박에 중점을 두면서 빠른 역습에 승부를 건다. 특히 바레인전에서 확인된 사우디의 측면 공격 차단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허정무 감독은 “사우디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19년간 이어진 징크스를 깨겠다. 측면 돌파가 위협적이라 수비·미드필드진에 적극적인 수비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15일 오전 1시 열리는 카타르와의 평가전을 통해 측면 방어와 빠른 역습 등 사우디전 해법 찾기에 나선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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